[김호중칼럼] 망각의 속삭임 벗고 어린이 기념관 짓자
[김호중칼럼] 망각의 속삭임 벗고 어린이 기념관 짓자
  • 온라인팀
  • 승인 2016.02.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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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어린이 학대 사건 최고의 적은 망각이며 침묵”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넋을 기릴 기억 속 그라운드제로 잊지말아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망각은 기억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지만, 망각의 속삭임에 잊어서는 안 될 일조차 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기억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에게 기억장치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국가적 위업과 영웅들
의 업적을 기리는 흔적과 아픈 상처를 기억하려는 모습이다. 전자는 각종 기념관 형태로 존재한다.

대한민국국회 헌정기념관, 전쟁기념관, 백범김구기념관, 절두산순교기념관, 안중근의사 기념관,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도산안창호기념관, 서울올림픽기념관 등이다. 순국선열을 기리거나 국가사업을 기념하는 당연한 기념관들이다.

그런데 아픈 상처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억울하게 희생됐지만 죽어서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대구 팔공산에 만들어진 추모비는 추모하려는 사람들과 지역에서 장사하려는 사람들 간에 마찰이 이어져왔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분열되어 소위 제삿날마다 시끄러운 곳이 됐다.

32명의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추모비는 성수대교 북단에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숨겨지듯 서 있다.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을 입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추모비는 사건 현장과 멀리 떨어진 서초구 양재동 양재시민의숲에 있다.

억울한 죽음들이기에 사회정서상 혼백을 위로하는 뭔가는 만들어야 했지만, 여전히 기억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구석에 처박힌 기억물들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의미있는 기억의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배경이 됐던 주택이 매물로 나오자, 동물보호단체 페타가 이 공간을 ‘공감 박물관’으로 만들어 동물학대를 직접 느껴보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주장하는 동물학대의 최종 대상은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 내지 둘의 공존이다. 동물에 대한 폭력이 결국 인간에게 전이되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 중심에 아동학대 이슈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금세 잊고 말 것이다. 아니 잊고 싶어 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반복되는 아동학대사건에 또 분노한다.

망각과 외면의 이면에는 아동학대 뿐 아니라,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데이트 폭력, 군 폭력 등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한 폭력은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어린이 학대사건도 부천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집에서 탈출한 어린이가 없었다면, 억울한 죽음들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장기 결석자에 대한 ‘전수조사’라는 공권력이 가동되었기에 아동학대의 그늘이 짙고 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유사 사건은 추가로 밝혀질 것이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136명의 아동이 친부모 등의 학대로 사망했다. 정부 통계치이지만, 다른 사망원인으로 분류된 사건까지 추정해보면 희생자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금지옥엽이었을 아이들이 어이없게도 이렇게 희생되고 있었다. 폭주하는 학대기관차를 멈출 수 없을까.

어린이 기념관을
지었으면 한다. 대부분이 친부모들에 의한 학대가 원인이므로, 자녀를 올바르게 사랑으로 키울 자세를 모르는 부모가 있다면 부모교육의 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최고의 적은 망각이며, 침묵이다.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넋을 기리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흉기가 되지 않을 기억의 그라운드제로를 잊지 말자.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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