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동물원
학교 동물원
  • 주선영
  • 승인 2013.04.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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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바라본 공사장 풍경
오늘은 엄마랑 누나랑, 내년에 누나가 입학할 초등학교에 구경 왔어요. 아빠 회사에서 학교를 짓고 있거든요. 저기서 아빠가 어서 오라고 손짓해요. 안전모를 쓰고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이게 웬일일까요?

신기하게 생긴 왕눈이가 나를 빤히 쳐다봐요. 집게발을 쳐든 꽃게가 철컹츨컥! 뿌지직 똥 싸는 돼지도 있어요. 쿠엉쿠엉 모래를 먹는 공룡도! 엉금엉금 독거미가 기어와요. 사마귀가 애벌레를 잡아먹어요! 엄청나게 큰 사자가 불을 내뿜으며 무섭게 으르렁거려요. 얼른 누나한테 이야기해 줘야 해요!

누나, 나랑 상상 놀이 할래?
『학교 동물원』은 낯선 환경에서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의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아이가 바라보는 장면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아이와 같은 위치에서, 아이가 상상하는 세계를 보게 된다.

초등학교가 지어지는 공사장은 아이에게 낯선 것 투성일 터. 아이는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신기한 마음에 두리번거리던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왕눈이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상상의 세계가 열린다.

아이는 나무를 싣고 달리는 자동차를 붕붕대는 꿀벌로, 꽥꽥대는 오리로 바라본다. 아이에게 철근이 드러난 건물은 꽃게이고, 시멘트를 쏟아내는 레미콘은 똥을 싸는 돼지, 요란스러운 포크레인은 배가 고파서 모래를 씹어 먹는 공룡이다.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동물들과 상상 놀이를 즐기는 아이 앞에 험상궂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거미 크레인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미이고, 공사 자재를 들어 올리는 카고 크레인은 애벌레를 잡아먹는 사마귀다. 용접하는 불빛은 무서운 사자가 되어 으르렁댄다. 아이는 겁을 먹은 것처럼 크게 소리를 지르며 가족을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실상 아이의 감정은 무서움이 아니라 우쭐 대는 마음이다. 자신이 상상한 것을 누나에게 한껏 떠벌리면서 “누나, 무서워서 학교 어떻게 다닐래? 누난 큰일 났다!”라고 말하니까.

(박태희 글. 그림/28쪽/1만1000원/느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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