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칼럼] 가정폭력이 어린 아이를 범죄자로 만든 이유는?
[김영화칼럼] 가정폭력이 어린 아이를 범죄자로 만든 이유는?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6.01.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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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며칠 전 평소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온 초등학생이 친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이 외식을 하느라 귀가가 늦어지자 화가 난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했고 이를 지켜보다 못한 큰아들이 부엌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아버지를 찔러 숨지게 했습니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이 친족 살해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저는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가정폭력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에 결코 치유되지 않는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녀를 때리거나 심한 욕설을 하는 것뿐 아니라 친족살해 사건에서와 같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게 됩니다. 

전래동화 ‘콩쥐와 팥쥐’에서 계모는 끊임없이 콩쥐를 학대합니다. 잘 먹이지 않을 뿐 아니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이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시키고,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 속에서 콩쥐는 자라서 원님 아들과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해오는 민담에서는 콩쥐가 자기를 괴롭힌 계모와 팥쥐를 잔인하게 죽이고 복수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옛날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겪는 원초적 문제와 해결책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동화 속 ‘콩쥐와 팥쥐’ 이야기에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담겨 있지만, 실제 민담에서는 학대당한 아이들은 자신을 학대하는 어른에 대해 분노를 느낄 뿐 아니라, 보복을 위한 살인적 환상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학대받은 아이들은 자라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보통의 3세 아이와 부모의 학대 속에 자란 아이의 뇌 스캔사진을 비교하여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3세 전에 학대를 당하면 아이의 가슴이 아니라 뇌에 실제로 시커멓게 멍이 든다는 것을 오른쪽 뇌 스캔 영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부모에게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왼쪽)와 학대받은 아이(오른쪽)는 뇌 크기가 다릅니다. 사랑을 받은 아이의 뇌는 더 크고 잘 발달되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의 뇌는 더 작고 어두운 부분이 많습니다. 

영유아기에 받은 상처로 인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아이의 지능발달이 늦어질 뿐 아니라 자라서 성인이 되면 폭력 범죄에 연루되기 쉽습니다. 마약중독과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분노에 차 있고, 때로 공격적이며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 폭력 가해자가 되거나 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남자아이들의 경우 폭력 가해자가 되기 쉽고, 여자아이의 경우 폭력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딸의 경우 어린 시절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자라면서 “나는 절대 아빠와 같은 사람과 결혼 안 할거야”라고 결심해도 막상 결혼할 때는 좋은 사람 다 물리치고 아내를 때리는 남자를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의 힘은 놀라운 것입니다. “고맙습니다”란 말을 한 달 간 듣고 자란 꽃은 활짝 피어나는데 “짜증나!”란 말을 듣고 자란 꽃은 아예 시커멓게 시들어 버립니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란 말처럼 “나쁜 놈” “재수 없는 놈” “바보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마음이 이끌어지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나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부부사이에 그리고 자녀에게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인 말을 건네는 것은 가정에 맑은 에너지와 건강한 파동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고 싶은 부모라면, 가족을 때리거나, 겁주고 비난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이에게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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