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어린이집 탐방] 아동중심 보육철학 실천하는 SK행복(서울)어린이집
[모범어린이집 탐방] 아동중심 보육철학 실천하는 SK행복(서울)어린이집
  • 정재민
  • 승인 2016.01.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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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어린이집 탐방_SK행복(서울)어린이집]
 
[베이비타임즈=정재민 기자] 높고 낮은 건물들이 즐비하고, 이면도로엔 다양한 음식점들로 가득 채워진 종로. 종로와 중구를 가르는 서울의 명소인 청계천을 따라 ‘유커’의 사진 촬영 장면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온다. 점심시간이 되면 수많은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이 골목들을 장악해 나간다. 
 
민간어린이집이나 국공립어린이집은 열에 아홉은 주택가에 위치한 반면 이런 사무실가에 위치한 어린이집이라 하면 거의 직장어린이집이다. 
 
이번 호에 찾은 모범어린이집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 초입의 SK빌딩 2층에 위치한 ‘SK행복어린이집’이다. 이곳은 직장어린이집으로, 입소 대상자는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종합화학‧SK주식회사‧SK트레이딩‧SK루브리컨츠 등에 재직 중인 근로자의 자녀들이다. 
 
“직장어린이집이 국공립어린이집보다 만족도가 높아요”

▲ SK행복(서울)어린이집 내부

 

2층 어린이집 입구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바깥 삭막한 빌딩숲 풍경과 대조적인 어린이집 특유의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살갑게 맞이하는 최연화 원장의 선한 인상이 더해져 더욱 그러했다. 30대 초중반인 최 원장은 다른 원장들에 비해 젊다. 어린이집 원아의 엄마들과 동년배 수준이다. 
 
“아이 엄마들과 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저도 32개월 된 쌍둥이를 다른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거든요. 워킹맘으로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합니다.” 
 
최 원장은 어린이집 원장인 동시에 본인도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엄마들과 보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예기한단다. 
 
SK행복어린이집은 3개 학급, 49명의 원아에 10명의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아담하다. 교사 1인이 보육할 수 있는 영유아 수, 즉 교사 대 아동비율에 있어 쾌적한 환경이다. 영유아보육법에서 정한 비율은 0세는 1(교사수):3(영유아수), 1세는 1:5, 2세는 1:7, 3세는 1:15, 4세 이상은 1:20이다. SK행복어린이집은 1세 1:3, 2세 1:5, 3세 1:7 비율로 모두 법정 비율을 훨씬 밑돈다. 

▲ 최연화 SK행복(서울)어린이집 원장

 

최 원장은 SK행복어린이집의 장점으로 교사의 질을 우선으로 들었다. 아동학 박사인 최 원장을 비롯해 나머지 10명의 교사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전문 보육인이라고 귀띔했다. 최 원장은 교사를 대할 때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소통한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직장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최 원장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은 오후 4~5시쯤 되면 다들 이미 하원하고 남아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었어요. 제가 퇴근하고 빨리 가도 7시인데 그때까지 혼자 남아있는 우리 아이 생각하면 맘이 아팠어요. 직장어린이집으로 옮기고 나니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민간어린이집에 서 직장어린이집으로 옮긴 직장맘) 
 
SK행복어린이집은 엄마가 퇴근하면서 아이를 찾아가기 때문에 퇴근시간 즈음이 아이 하원 시간인 셈이다. 야근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퇴근시간인 6시에서 7시 반경에 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온다. 엄마들이 퇴근시간 눈치를 안 보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부모 만족도는 국공립어린이집보다도 높다. 근무를 하다가도 아이를 만날 수 있으며, 근무시간에 맞춰 보육시간이 운영돼 엄마들이 믿고 맡길 수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에 비해 처우가 좋아 고용이 안정적이어서 그만큼 교사들이 보육에 집중할 수 있어요.” (직장어린이집 보육교사) 
 
“부모 참여 프로그램을 점심시간에 하면, 한 건물에 있기 때문에 시간 따로 빼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참석할 수 있어서 좋아요.” (SK행복어린이집 직장맘)

▲ SK행복(서울)어린이집은 SK본사 옥상을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SK행복어린이집은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의 ‘2015년도 부모교육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6주간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회사 대회의실에서 부모교육이 진행됐다. 주제는 워킹맘‧워킹대디, 자녀의 건강한 식생활, 자녀와의 의사소통, 갈등 해결하기, 일하는 부모의 건강한 훈육 등이었다. 최 원장은 회기마다 30명이 넘는 부모님이 참석하여 부모-자녀 관계증진, 부부관계 증진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과한 재롱잔치 No, 아동-교사-학부모가 행복한 방법 찾다
 
직장어린이집은 대부분 보육전문기관과 위‧수탁 계약을 맺어 원을 운영하고 있다. SK행복어린이집은 푸르니보육지원재단에서 위탁받아 운영한다. 
 
최 원장은 “보통 원장은 원 운영에 있어 이익적인 부분을 생각 안 할 수 없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에서 회사와 급여 수준부터 행정 제반 여건에 대해 이미 합의한 후에 교직원이 들어옵니다. 합의가 안 되면 교직원 파견이 안 됩니다. 회사와의 행정문제는 재단에서 해주니 교직원은 보육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만족해했다. 
 
최 원장에게 SK행복어린이집의 보육철학을 물으니 ‘아동중심 보육철학’으로 답했다. ‘아동중심 보육’이란 모든 아동을 각기 다른 능력과 특성을 가진 고유한 존재로 존중하고, 개인마다 발달 양상과 발달 속도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 또한 아동의 자발적 선택과 주도적 활동으로 효율적 학습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하는 일명 ‘재롱잔치’를 지양한다. 대규모 장소를 대관해 학부모들 앞에서 아이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재롱잔치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전제한 후 말을 이었다. 
 
“재롱잔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최신곡이나 춤을 추면 학부모님들이 대견해 하시죠. 하지만 재롱잔치 준비가 2~3개월 걸리는데 이때는 표준보육과정이든 뭐든 아무것도 못합니다. 교사들이 먼저 춤과 노래를 배워야 하고, 이후에 아이들한테 여러 율동과 노래, 악기를 다루게 하고, 무대에 조직적으로 적응하게 만들어야 해요. 대관료, 아이들 무대의상 대여비, 사회자 섭외비, 동영상 촬영 CD구입비 같은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어요. 푸르니보육지원재단도 같은 기조입니다.” 
 
이어 최 원장은 지난해 열었던 ‘작은 음악회’에 대해 언급했다. 
“그래서 저희 어린이집은 비용 들지 않고, 아이들 보육일정에 부담가지 않고, 학부모와 교사들 그리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실험적 성격이 있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굳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만족스러운 효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 최연화 SK행복어린이집 원장은 대다수 어린이집이 연말에 진행하는 재롱잔치를 여는 대신에, 지난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가 만족해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행사 1부는 각 반별로 평상시 아이들이 놀이한 음률활동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작은음악회를 구성했다. 일과 중에 했던 것들이라 시간이 많이 할애되지 않았음은 당연했다. 2부는 교사들이 아이들의 공연에 대한 보답으로 마련한 동극이었다. 아이들이 평소에도 즐겨보는 ‘곰사냥을 떠나자’ 그림책으로 동극을 구성한 것이었다. 교사들끼리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체적으로 만들었는데, 막상 무대 위에 선 교사들 모습에 아이들이 매우 즐거워하고 부모님들의 높은 호응으로 교사들도 높은 성취감을 느끼게 됐다고 한다. 
 
최 원장은 비용적인 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장소는 회사 강당을 빌렸고, 행사 촬영은 본사 홍보팀에서 해줬단다. 아이들 의상은 반별로 드레스코드를 정해 집에서 맞춰 입고 오게 했다. 1부와 2부 사이에 마술쇼가 있었는데, 마술사 섭외비가 비용의 거의 전부라며 웃었다. 
 
비록 화려한 복장을 대여하거나 전문사회자는 없었지만 아이들 개개인과 각 반별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교사가 곡 선정이나 율동 계획을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다. 이는 아동중심이라는 보육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였다. 아동중심 철학은 다른 행사에서도 눈에 띈다. 

▲ SK행복어린이집에서는 지난 ‘어린이날’ 행사로 ‘안아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 “우리들을 사랑해주세요”, “우리랑 놀아주세요”, “우리들을 안아주세요”, “우릴 보면 웃어주세요”, “예쁘게 말해주세요”, “우리에게 화내지 마세요” 라고 아이들이 구호를 함께 외치면 부모들이 자녀들뿐만 아니라 자녀의 친구들과도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서로에게 얘기하는 행사였다.

 

SK행복어린이집은 지난해 어린이날 행사로 ‘안아주세요’라는 캠페인을 가졌다. 미리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일반적인 어른들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형이나 장난감 캐릭터상품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우리들을 사랑해주세요”, “우리랑 놀아주세요”, “우리들을 안아 주세요”, “우릴 보면 웃어주세요”, “예쁘게 말해주세요”, “우리에게 화내지 마세요” 등 같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들을 모셔 놓고 위와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게 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자녀들뿐만 아니라 자녀의 친구들과도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서로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최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보여드릴 것이 별로 없다며 겸손해 했다. 또 누리과정 예산 문제 같은 보육현장 이슈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더불어 직장어린이집이 많아져 교직원이 맘 편하게 보육에만 신경 써서 보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4월 실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 1204곳 중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903곳(75%), 미이행 사업장은 301곳(25%)이다. 설치의무 사업장 4곳 중 1곳이 설치가 안 된 셈이다. 올해부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대상 사업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지 않으면 연간 최대 2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한다. 의무설치 사업장은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 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인 곳이다. 복지부는 이들 사업장의 사업주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1년에 2회까지, 한 번에 최대 1억 원의 이행강제금 즉,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부는 1~2월에 직장 어린이집 설치 현황을 파악해 4월에 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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