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오들오들’ 어린이합창단, 후진적 자화상 보였다
[김호중칼럼] ‘오들오들’ 어린이합창단, 후진적 자화상 보였다
  • 온라인팀
  • 승인 2015.11.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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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

 

수단에서 목적으로 어린이보호 패러다임 점검해야

어린이는 어른들의 과거 모습이자 미래의 모습이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순진무구한 꿈으로 가득한 보물 중 최고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린이는 힘이 약해 큰 일 당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자 지위에 있다. 그래서 어린이는 절대 보호받아야 한다.

아이들의 맑은 모습은 이념과 종교를 초월하기에 각종 행사에 초대되어 분위기를 통합하곤 한다. 스포츠 현장에서도 어린이 활동이 꽃보다 주목을 끈다. 축구경기 등 다양한 경기에서 선수들은 어린이 손을 잡고 입장한다. 어린이 손을 잡은 선수들에게는 긴장감을 낮추고 페어플레이의 마음을 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게다가 국가적 행사인 대통령 취임식에 화동으로서 남녀 어린이들이 새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전한다. 외국 대통령이나 주요 사절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화동과 접촉 순간이 카메라 초점을 모은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영광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아이들이 긴장되는 순간과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느냐이다.

이번 고 김영삼 대통령 영결식에서 어린이 합창단이 논란이 됐다. 전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어린이 합창단으로 참석해 음악으로 예를 갖추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유독 칼바람 속에 눈발이 휘날려 추위는 보내는 슬픔만큼이나 고역이었다.

하지만 합창단원들은 오들오들 떨며 외투나 무릎담요로 보온하지 못하고 홑저고리만으로 두 시간 이상을 앉아있어야 했다. 참석한 어른들은 목도리와 두꺼운 외투를 입어 그나마 찬바람은 피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은 영상으로 보도되면서 아동학대 등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했다.

극기 훈련을 위해 참석한 것도 아니고, 돌아가신 대통령의 영결식이라는 엄숙한 자리에서 이런 고통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따가운 여론에 대해 고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먼저 사과했다.

현철 씨는 SNS를 통해 “아버님 영결식에 나온 어린이 합창단들이 갑자기 몰아닥친 영하의 추운 날씨에 떨었다는 소식에 유가족의 한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사과했다.

국가장 영결식을 준비한 행정자치부 의정관도 SNS를 통해 이어 사과에 나섰다.

의정관은 “ 먼저 참석한 어린이 합창단에게 미처 추운 날씨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여 따뜻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이번 일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상처를 받지 않으시길 바라며 앞으로는 더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했다.

사과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가장을 준비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사전에 치밀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어야 했고, 그 모습이 국민에게 보였어야 했다.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 각계 지도자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의정관은 “빠른 시간 내에 직접 사과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약자를 보호하는 수준이 선진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약자를 이용하고 착취하는 강자를 두둔하고 대변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올해 아동학대가 1만 건 이상 보고됐다는 수치가 단적인 예이다.

이번 합창단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라면 더 보호하고 더 배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시민옴부즈맨공동체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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