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메르스 예측에 ICT는 왜 뒷전이었나
[조영임칼럼] 메르스 예측에 ICT는 왜 뒷전이었나
  • 온라인팀
  • 승인 2015.07.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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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지난 5월 말부터 퍼지기 시작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전 국민뿐 아니라 온 세계가 놀람과 두려움에 떨었다. 마치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후진국인양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전 세계인의 눈총을 한눈에 받아야만 했다.

실제로 6~7월 사이 외국에서 한국으로 공부하기 위해 오려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입국을 포기하였고, 각종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었으며 누구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해 답답함 그 자체였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또 얼마이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메르스가 초미의 관심사일 때 6월말에 구글 트렌즈로부터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3년부터 메르스에 대해 관심이 있었으며, 2015년 피크점은 우리나라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시점이다.

메르스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와 도시는 단연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였으며 6월초에는 전 세계적으로 ‘MERS, 메르스, MERS in Korea...’ 등과 같은 단어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 사태 등을 겪으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활용한 신종 바이러스 대책을 마련해 왔다.

▲ 메르스 피크점

 


현재 미국은 ‘시공간적 전염병 모델러(STEM)’을 활용해 미국 전역의 인구정보와 각 지역의 도로 및 항공의 교통 정보와 조류 이동 경로 등을 분석, AI(조류인플루엔자) 확산 경로를 추정하고 있고 결과는 즉시 미국 보건국으로 전달되어 신속한 후속조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하버드대학의 ‘헬스맵(HealthMap)’은 각종 SNS, 뉴스 등을 통해 빅데이터를 확보해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열흘 먼저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을 예측한 바 있다.

▲ 메르스 관심 도시 및 지역 분석

 


다음 그림은 KT가 2014년부터 KT의 기지국 통계 데이터와 농식품부의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 데이터를 융합해, 사람 및 차량 이동과 AI 확산 간의 연관관계 분석을 통해 선제적 방역이 시급한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자 개발중인 시스템의 일부이다. 이것을 보면, 올 초 예측한 결과(왼쪽)와 실제 AI가 발생한 지역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의료 빅데이터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 정부지원은 약하다. 2014년에는 미래부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가 ‘사회문제해결 연구개발(R&D)’ 과제의 일환으로 ‘감염병 위기로부터 조기 감시 및 대응기반 확보’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지만, 예산 삭감 등의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또한 최근 정부3.0에 의해 부처간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부처간 벽이 높아서 협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를 이슈로 건강보험공단과 다른 기관과의 정보협업이 원활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각종 전염병이 돌 때 주요 선진국에서는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감염병 유행시기와 지역까지 예측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세계 1등의 ICT 강국이며 각종 세계 랭킹 1위를 섭렵하고 있는 국가이다.

‘정부3.0’은 부처간 정보를 개방, 소통, 공유, 협력을 통해 공동 활용하자는 취지의 박근혜 정부에서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로 전자정부와는 차별화를 선언한 전략이다.

세계 랭킹 1위의 전자정부와 차별화를 선언한 이번 정부의 ‘정부3.0’이 전자정부를 활용하지 않고 어떻게 개방, 소통, 공유, 협력을 하면서 메르스와 전염병을 잡을 것인가?

ICT 강국이 ICT 강국으로서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늘 주요 선진국이라는 넘사벽(?)에 주눅드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특정 정부의 전략이 아닌 기본 인프라 시스템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서 정부3.0의 캐치프레이즈도 좋지만 전자정부를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3.0의 전략을 전자정부와 강하게 바인딩해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미리 예측하고 대처했더라면 국제적 망신(?)까지는 겪지 않아도 될 것을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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