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학생맘’ 위한 제도개선 러시
대학 내 ‘학생맘’ 위한 제도개선 러시
  • 이현아
  • 승인 2013.01.1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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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학교에 다니면서 임신․출산을 병행하는 ‘학생맘’들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국공립대학교에 시작된 학생맘을 위한 육아휴학제이다.

▲ 충남대학교가 2013년부터 육아휴학 제도를 도입한다고 7일 밝혔다.

 


충남대학교가 지난 7일 대학원생들에 대한 육아휴학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전북대학교도 14일 육아휴학 제도 도입을 밝혔다.

충남대는 지난 달 20일 학칙개정을 마무리 하고 “임신․출산․육아를 위해 군 휴학과 같이 학칙이 정하는 기간에 대한 육아휴학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개정된 학칙에 따르면 3개월 전부터 해당 출산 자녀가 만 6세가 되기까지 통산 2년의 범위 내에서 육아휴학을 할 수 있다.

전북대 역시 최근까지 진행된 학칙개정 절차에 따라 ‘임신․출산․육아’ 휴학이 도입된다. 임신․출산 계획서와 가족관계 증명서 등을 제출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국립대학교들의 잇따른 ‘육아휴학’ 제도 도입은 지난 2012년 11월 국가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출산․육아 관련 대학(원)생 모성 보호 방안’ 개선권고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권익위는 “대학(원)생이 임신, 출산 또는 육아를 위해 휴학하는 경우 병영휴학처럼 일반적인 휴학이 아닌 ‘별도휴학’으로 인정하는 방안”에 대해 전국 47개 국공립대학교에 권고하고 180여개 사립대학교에 협조를 요청했다.

권익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2년 9월까지 47개 국공립대학교 중 31개 대학교가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별도휴학을 인정하지 않았다. ‘별도휴학’을 인정하는 경우라고 해도 휴학기간이 1년 정도로 짧고, 휴학이 가능한 사유인정도 까다로웠다.

조사를 담당한 권익위 제도개선과 박혜경 서기관은 “아르바이트, 취업준비 등의 사정으로 일반휴학을 이미 했던 학생들이 임신이나 출산 등으로 휴학을 하려면 재학연한을 초과해 제적당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고 실태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권익위는 학생들의 ‘육아휴학’을 도입토록 하는 제도개선 권고안이 대학들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 대부분의 국공립대학교에 올해부터 도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 서기관은 “‘육아휴학’ 도입 의견에 대해 해당 대학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공립)대학교에서 도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학들이 2월 중 학칙개정을 거치고 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학’ 도입 바람은 국공립대학교 뿐 아니라 사립대학교에서도 일 전망이다.

박 서기관은 “당시 국공립대학교에 권고가, 사립대학교에 협조요청이 이뤄졌는데 오히려 사립대학교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며 “최근 서울 시내 유명 사립대학교들에서도 ‘육아휴학’ 도입을 골자로 한 학칙개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추가 과제도 남아

권익위는 ‘육아휴학’ 도입과 함께 ‘임신․출산’에 처한 학생이 교내 직장어린이집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권고했다. 교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을 학생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권익위가 권고한 내용은 조사 단계에서부터 도입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빠른 시간 안에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맘들이 부딪쳐야 하는 고충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예비 엄마아빠 체험에 나선 건국대 학생들.

 


지방대학교에서 유아교육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한세미 씨(33세)는 오는 2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친정과 시댁 모두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다가 육아와 학업을 병행할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씨는 “출산 후 한 학기가 남는데 실습이 많아서 걱정”이라며 “집안일은 남편이 많이 도와주지만 학교 문제는 여기저기 눈치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지원 씨(38세)도 대학원에 다니며 출산을 감행했던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강 씨는 “남편과 내가 모두 대학원생이었는데 맞벌이 가정에 지원되는 혜택 어떤 것도 받을 수가 없었다”며 “벌이가 없어 쪼들리는 형편에 남편과 휴학을 번갈아하며 아이를 키웠다”고 회상했다.

맞벌이부부 지원 정책이 사실상 학생부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점은 자주 지적돼 온 문제다. 강 씨에 따르면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해도 ‘학생부부’는 1순위 대상이 아니더라”며 “당시 학교가 있던 지역에는 국공립어린이집이 1개소였는데 입소는 꿈도 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내 시설도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는 터무니없이 열악한 상황이다. 임신 3개월차로 중절수술을 고민하고 있다는 대학생 A씨(24세)는 “학교에 수유시설이 없다는 것을 임신하고 나서야 알았다”며 “아이를 데리고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권익위 박혜경 서기관은 “‘육아휴학’ 도입이나 대학교 내 직장어린이집 이용문제는 크게 비용이 소요되지 않고 대학교의 입장이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제시할 수 있었다”며 “추가적으로 ‘학생맘’들의 고충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서기관은 “권익위 게시판이나 ‘신문고’ 서비스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 지적해 달라”며 “불편사항이나 개선돼야 할 내용에 대한 수요가 파악돼야 개선방향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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