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사이버 방패 KISA…’비위 의혹’ 이상중 원장 해임
국감서 허위 경력 등 비위 의혹 지적…류재철 교수 직무대행 체제 ‘5급 수사관 출신 원장’ 임명과 불명예 해임…바닥 친 조직의 신뢰 ‘낙하산 잔혹사’가 갉아먹은 통합 17년 국가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최고 권위 보안전문가 수장 영입해야…사이버보안 ‘국가 존립 문제’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국내 사이버보안 책임을 맡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이상중 원장이 경력 허위 기재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의 의혹으로 28일 해임됐다.
이 원장 해임으로 KISA는 이사회 회칙에 따라 류재철 충남대학교 컴퓨터융합학부 교수가 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전환했다.
KISA는 금융권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는 등 사이버 위협이 커지는 시기에 기관장 공백을 맞아 국가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추락과 함께 ‘낙하산 CEO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29일 KISA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 원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최종 재가했다. KISA 이사회가 지난 8월 해임 건의안을 의결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KISA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임이사인 류재철 교수를 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사이버보안 대응 등 주요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관련 법령에 따라 후임 원장 선임 절차를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해임된 이 원장은 허위 경력 기재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는 허위 경력 기재, 관사 사용, 업무추진비 집행 등과 관련한 비위 의혹 10건이 지적됐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KISA 국정감사에서도 이 원장의 경력 기재 문제를 추궁하고 과기정통부에 해임 절차를 서두르라고 촉구한 바 있다.
검찰청 수사관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 2024년 1월 제7대 KISA 원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당시 검찰청 5급 수사관 출신 인사의 차관급 대우 KISA 원장 발탁에 업계와 학계는 거센 반발과 우려를 쏟아냈다.
이 원장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 인터넷범죄수사센터장,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사이버수사실장을 지내다 2023년 구미대학교 사이버보안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이 원장은 재임 기간 이력 허위 기재 의혹, 법인카드 유용 논란, 조직 방만 운영 등으로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고, 급기야 KISA 이사회의 해임 건의와 행정 가처분 기각을 거쳐 불명예 해임되는 초유의 파국을 맞았다.
국가 사이버 방어의 중추 기관이 정책적 성과가 아닌 인사 참사와 내홍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국가 사이버안보 대응 기관인 KISA의 위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KISA는 2009년 국가 사이버 안보 수호와 정보보호 산업 진흥이라는 막중한 사명을 안고 3개 기관이 통합해 출범했으나, ‘비전문 낙하산’ 인사들이 수장을 맡으면서 국가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정보보호센터(이후 한국정보보호진흥원)로 1996년 출범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한국정보보호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등 3개 기관이 합쳐져 통합 KISA로 재출범했다.
KISA는 새 출발할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ICT·사이버보안 전문기관으로 비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정권 교체기마다 기술적 식견과 현장 감각이 거의 없는 정치권 인사, 대선 캠프 공신, 언론계 출신들이 수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차지했다. 사이버 공격과 방어 메커니즘, 글로벌 침해대응 트렌드를 전혀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기관을 이끌면서 KISA의 기술 리더십과 정책 추진력은 갈수록 후퇴했다. 최전선에서 24시간 악성코드와 사투를 벌이던 내부 연구진과 실무 인력의 사기는 꺾였고, 국가 대표 보안기관으로서 자존감과 대외 신뢰도 역시 깊은 내상을 입었다.
그 결과 한국 보안산업이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팽창하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한국 보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2% 남짓에 불과하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의 트렌드를 꿰뚫어 보고 기업이 직면한 규제 장벽과 연구개발(R&D)의 한계를 극복할 보안 전문 CEO 부재, 협소한 내수 시장, 공공 조달 중심의 출혈 경쟁, 글로벌 유니콘 보안 기업의 부재 등이 맞물린 구조적 한계의 결과물이다.
KISA가 선진국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비중을 높여가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전문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이다.
KISA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끌 화이트해커와 양자암호·클라우드 아키텍트 등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파이프라인을 직접 구축해야 한다. 또 민간 빅테크 기업 대비 턱없이 낮은 공공 보안 인력의 처우를 현실화하고, 국가 사이버 안보를 지킨다는 사명감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조직에는 기술도 안보도 남지 않는다.
특히 KISA는 ‘낙하산 인사 잔혹사’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고, 현장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최고 권위의 보안 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KISA의 리더십 정상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 디지털 영토의 생존 과제이기 때문이다.
차기 KISA 원장은 깊이 있는 학식과 높은 품격을 기본으로 갖추는 것은 물론, 국회와 정부 부처, 글로벌 안보 협의체를 설득해낼 풍부한 대외 네트워크와 정치·행정적 추진력을 지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행정 집행 기관에 머물던 KISA를 선진국 수준의 전문 연구·안보 기관으로 격상시키고, 독립된 예산권과 고도의 공격·방어 연구기능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사이버보안 산업의 ‘퀀텀점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KISA 원장은 탁상공론식 관료나 명예직을 바라는 비전문가가 아니라, 보안 산업계에 오랜 기간 직접 몸담고 기술 개발부터 시장 개척까지 현장의 뼈아픈 고통과 흐름을 직접 체득한 ‘실전형 전문가’여야만 한다.
사이버 공격은 이제 일상의 랜섬웨어·피싱 범죄를 넘어, AI 악용 공격과 양자컴퓨터 도입에 따른 기존 암호체계 무력화 등 국가 인프라 전체를 마비시키는 ‘국가 존립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 및 주요 국가기관에 대한 해킹이 계속되는 가운데 KISA의 현주소는 미국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독일 연방정보보안청(BSI),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CSC) 등 선진국 핵심 안보 기관과 비교해 조직 규모, 예산, 독립성, R&D 권한 면에서 턱없이 뒤처져 있다.
KISA가 국가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로서 지위와 역할을 회복하고, 300조원 규모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점유율 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박차고 국내 사이버보안 기술을 세계 시장에 진출시키려면 ‘낙하산 인사’가 아닌 반드시 ‘보안 전문가’를 수장으로 영입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