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교육교부금 개편도 ‘종료 16초 전’ 작전타임을
/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서두르기보다 멈춰야 할 때…아이들의 미래 위한 ‘숨 고르기’ 필요
종료 16초 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의 마지막 순간 한국 선수단이 작전타임을 가졌을 때다.
경기 종료 1분 56초 전 한국은 72대66으로 다소 여유롭게 앞서갔으나, 일본의 끈질긴 추격으로 선수 1명이 5반칙으로 퇴장당한 가운데 점수 차는 72대70으로 좁혀졌다.
종료 직전 2점 차까지 쫓기며 접전을 벌이던 그 순간, 한국팀을 승리로 이끄는 쐐기를 박은 것은 종료 직전 찾아온 작전타임이었다.
한국을 72대70으로 2점 차까지 따라붙은 일본은 파울로 시간을 멈추며 마지막 반격을 준비했고, 한국은 작전 시간을 갖고 수비 대형을 가다듬었다. 한국은 일본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냈고, 일본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전광판에는 75대70이 찍혔다. 한국 여자농구가 일본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여자농구 결승전 한일전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화려한 한 방이 아니었다. 시간을 관리하고, 작전타임을 활용하고, 마지막 한순간까지 집중한 경기 운영이었다. 왜 종료 전 16초가 그렇게 길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승부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떠올랐다.
교육교부금은 오랫동안 우리 초·중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 역할을 해왔다. 현행 제도는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으로 배분하는 구조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여건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개편에 나섰고, 지난 8월 21일 내국세 20.79%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을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논리는 분명하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교육재정에 반영하고, 세수 변동에 따라 교부금이 크게 출렁이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개편으로 마련되는 재원은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 미래 교육 분야에 다시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교육계의 우려 역시 분명하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해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시설 유지·안전 비용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 기초학력 보장, 돌봄과 안전, 교육격차 해소 등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회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와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충분한 협의와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교육교부금 개편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결론을 내릴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교육재정의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제도를 급격하게 바꾸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작전타임’이다. 농구에서 승부를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 잠시 멈추는 시간이다. 선수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과 새롭게 시도할 것을 정리한다.
교육교부금 개편도 그래야 한다. 정부와 국회, 전국 시·도 교육감, 교원과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한자리에 앉아 개편에 대한 작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교부금 개편 감독이 작전타임에서 선수들에게 제시하는 작전판의 핵심은 ‘개편 찬성’과 ‘개편 반대’의 이분법이 아니다.
교육교부금 개편 작전판의 핵심은 세 가지다.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가.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줄어드는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다시 투자할 것인가이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가 바로 지금 필요한 ‘작전판’이다.
첫째,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둘째, 교육재정의 급격한 감소를 막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초·중등교육의 안정적인 투자를 보장해야 한다.
넷째, 정부와 국회, 교육계와 현장이 참여하는 충분한 사회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
종료 전 16초는 길다. 앞선 팀에게는 지켜야 할 시간이지만, 뒤진 팀에게는 마지막 반격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승부처일수록 선수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벤치는 작전타임을 부르고 다시 한번 승부의 수를 확인한다.
교육재정도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다. 정부가 효율성을 이야기한다면 그 숫자를 보여줘야 한다. 교육계가 교육의 안정성을 이야기한다면 필요한 재정 규모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국회는 그 숫자를 검증하고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교육재정은 정부의 것도, 교육청의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쓰이는 국민의 세금이다. 따라서 그 돈의 사용처와 배분 방식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와 책임, 그리고 사회적 합의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
종료 전 16초. 2026년 아시안게임 농구 코트에서는 그 짧은 시간이 금메달을 결정했다.
교육재정 개편에서는 그 16초가 앞으로 수십 년의 교육환경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서두를 때가 아니다. 한 번 멈추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작전판을 펼쳐야 할 때다.
종료 16초 전, 지금 부를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레이는 작전타임이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하나다. 어른들의 승리가 아니라, 아이들 미래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