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목사 시론] 하나님의 은혜와 성도의 순종

/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2026-09-24     임지영 기자
변요한

“둘째 강의 이름은 기혼이라 구스 온 땅을 둘렀고”(창세기 2:13)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성경을 짜고 짜보라. 그러면 피가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루터가 성경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성경은 하나님 말씀에 불순종함으로 죄를 지어 죽음의 자리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죄를 짓고 죽음의 자리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제도가 제사 제도입니다.

제사를 드릴 때, 죄를 지은 사람이 자신의 죄를 대신해 죽을 짐승을 한 마리 가지고 성전 제단으로 나오게 하고 제사장은 짐승의 머리에 죄를 지은 사람의 손을 얹게 하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게 하고 나서 제물을 잡아 그 피를 제단에 뿌렸습니다. 제단에 피를 뿌림은 죄의 값으로 죽음을 대신하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구약에는 인류의 죄를 위해 희생 제물이 된 짐승의 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신약에는 구약에서 반복해서 드리는 피의 제사 대신 하나님께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시고, 십자가에 죽음으로 인류의 죄를 한 번에 대신 지게 하셨습니다. 신약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흘리신 피로 인하여 인류가 죄로부터 용서를 받아 하나님과 관계가 회복되는 성화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피의 종교입니다. 우리의 믿음도 피의 믿음이며, 이 피는 믿는 자 모두를 죄로부터 해방해 하나님의 백성 되게 하는 피입니다. “이러므로 첫 언약도 피 없이 세운 것이 아니니”(히브리서 9:18).

앞선 히브리서 9장 15절을 보면 “이로 말미암아”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새 언약의 중보로 죽으셨다고 결론을 내린 후에, 왜 중보자가 피 흘리셨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15절의 “언약”과 16~17절의 “유언”은 헬라어로 똑같은 단어 ‘디아데케’(διαθήκη)입니다.

여기서 ‘언약’이라는 번역은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 사이에 맺어졌고, 쌍방 모두 언약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유언’이라는 번역은 동등한 쌍방 간의 협약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도하여 언약의 조건을 선포하시고, 피조물 인간은 그 조건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일방적 성격이 있다는 개념입니다.

성경은 늘 하나님의 은혜와 성도의 순종을 함께 강조합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진리와 구원 얻은 믿음은 행함의 열매로 나타난다는 진리를 함께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날 로마 병사들에 의해 가시관이 씌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가시관이 그대로 있었을까요? 아닐까요?

스웨덴의 여류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게를뢰프(Selma Lagerlof)의 ‘진홍가슴 새의 비밀’이라는 동화의 이야기입니다. 천지창조 당시 하나님께서 잿빛 털을 가진 새 한 마리를 만드시고 ‘진홍가슴 새’라고 이름을 붙이셨습니다.

그러자 잿빛 새가 질문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온몸이 잿빛인데, 왜 진홍가슴 새라고 하십니까? 붉은색이 전혀 없는데 말입니까?’ 그러자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 때,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갖게 될 것이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잿빛 새가 갈보리 언덕 위를 날고 있는데,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갈보리 산 위에 사람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말하길 ‘저 가운데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죄가 없는데 왜 피를 흘려야 하는가?’

이 말을 들은 잿빛 새는 예수에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리고 ‘죄도 없다는데 왜 십자가에서 죽어야 하는 것일까?’ 의문과 함께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수에게 가까이 날아가 보았더니, 십자가 위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가시로 만든 관을 머리에 썼는데, 피가 가시관을 타고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잿빛 새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잿빛 새는 예수의 머리 가까이 날아가 이마에 박힌 가시를 부리로 하나하나 뽑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가시가 뽑힐 때마다 피가 솟구쳐 나왔고, 잿빛 새는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잿빛 새는 가슴에 묻은 피를 씻기 위해 시냇가로 날아가 씻었으나, 피는 씻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잿빛 새는 아무리 씻어내도 지워지지 않는 ‘진홍가슴 새’로 거듭나게 되었으며, 그 새가 낳은 새끼들도 가슴에 선명한 진홍 깃털을 갖고 태어나게 되었고, 가슴에 그리스도의 피가 묻은 새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희 죄를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주님 앞에 온전히 바로 서고 주의 뜻을 이루는 데 쓰임 받는 우리 모두 되게 하시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