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양시 비서실 인사 의혹’ 고철용 무죄…“엄성은 인사개입 소문”
검찰, 엄성은 전 시의원 인사개입 의혹 허위사실로 기소 재판부 “의회 게시내용,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여지 있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진실로 믿을 상당한 이유 있었다”
[베이비타임즈=김희철 전문기자] 2022년 6월 말 민선 8기 이동환 전 고양시장 취임 전 공백기에 이뤄진 고양시청 비서실 인사를 두고 엄성은 전 고양시의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엄 전 시의원의 고소로 시작된 사건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고철용 본부장이 제기한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사건번호 2025고단1644) 형사7단독 권기백 판사는 지난 1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고철용 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배척한 것이다.
베이비타임즈가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진행된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해 보면, 사건의 발단은 고 본부장이 2022년 9월 21일 고양특례시의회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이었다. 고 본부장은 글에서 엄성은 당시 시의원이 이동환 시장 취임 직전인 2022년 6월 말 시장이 공석인 ‘권력 공백기’를 이용해 고양시장 비서실 인사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고양시의회 게시판에 게재하고 언론에도 제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봤다. 공소사실에는 엄 전 시의원이 2022년 6월 28일 당시 체육정책과에 근무하던 강OO를 불러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할 직원 4명을 선정하도록 지시했고, 강OO가 다음 날 다른 부서 직원들을 만나 비서실 근무 의사를 확인한 뒤 6월 30일 인사발령이 이뤄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 본부장은 이 인사가 이재준 전 시장의 퇴임과 이동환 시장의 취임 사이에 이뤄진 점을 들어 ‘권력 공백기 인사’라고 주장했고, 엄 전 시의원의 개입을 ‘인사농단’으로 규정하며 고양시의회에 제명을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비서실 인사가 고양시 인사부서의 내부 절차를 거쳐 이뤄졌으며 엄 전 시의원이 강OO에게 인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살펴본 당시 상황에는 이동환 전 시장의 시장직 인수 과정과 엄성은 전 시의원의 역할도 포함됐다. 이동환 전 시장은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고양시장에 당선된 뒤 같은 달 14일 인수위원회를 구성했고, 고양시는 인수위원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인수지원단을 운영했다. 당시 박OO 자치행정국장이 실무적으로 이를 총괄했다.
인수위원회는 13명으로 구성됐으며, 현직 시의원은 이동환 전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은 엄성은 전 시의원이 유일했다. 엄 전 시의원은 이 전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10여 년 전부터 이 전 시장이 설립한 ‘사단법인 사람의도시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했으며, 2019년 이 사단법인의 대표를 이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고양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엄 전 시의원이 인수위원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던 것으로 재판부는 봤다.
비서실 인사 과정에서도 당초 인사안과 최종 인사안 사이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 인사팀은 이동환 시장 취임을 앞두고 비서실 인사안을 마련해 6월 30일께 박OO 당시 자치행정국장에게 보고했으며, 당초 이OO·배OO가 팀장 후보로 검토됐으나 박 국장이 이들 두 명을 배제하고 강OO를 팀장으로 하는 인사안으로 수정해 승인했다.
재판부는 박 국장이 기존 인사안을 변경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과 강OO가 과거 고양시의회에서 근무하면서 엄 전 시의원과 알고 지냈다는 점 등을 함께 살폈다. 당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엄 전 시의원이 강OO를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하도록 박 국장에게 지시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다는 점도 판단의 한 요소가 됐다.
고철용 본부장은 이 같은 이야기를 당시 비서실 팀장으로 임명된 강OO의 체육정책과 직속 상관이었던 정OO 등으로부터 들은 뒤 이동환 전 시장에게 직접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환 전 시장은 고 본부장의 질문에 해당 인사가 자신의 취임 전에 결정됐으며 자신은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인사발표 전까지 강OO의 비서실 근무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반면 박OO 전 자치행정국장은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 내용에 부합하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경기고양경찰서는 지난 7월 27일 박 전 국장을 위증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판결문에 기재됐다. 경찰이 박 전 국장의 법정 진술을 허위로 판단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의 박OO 전 국장에 대한 송치결정서에 따르면, 경찰은 박 전 국장이 당시 비서실 인사 결재권자로서 인사팀장 문OO이 추천한 이OO·배OO를 탈락시키고 후보에 없던 강OO를 직접 선정하는 등 비서실 인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면서도 법정에서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위증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베이비타임즈 2026년 9월 9일자 ‘경기고양경찰서, 고양시 박OO 전 국장 위증 혐의 검찰 송치’ 기사 참조>
이 같은 사실관계를 종합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것처럼 비서실 인사가 인사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해 인사국장의 승인만으로 결정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 본부장이 게시한 글의 핵심인 ‘엄성은 전 시의원이 전임 시장 퇴임과 신임 시장 취임 사이의 권력 공백기에 이뤄진 시장 비서실 인사에 개입했다’는 내용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 본부장이 당시 관련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봤다. 결국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점과 고 본부장이 이를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게시했다는 점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고철용 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판결문에는 엄성은 전 시의원과 이동환 전 시장이 공모하여 2022년 9월 20일부터 2024년 10월 25일까지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는 범죄사실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다만 이는 두 사람에 대한 고발과 수사 진행 사실을 판결문이 언급한 것으로, 이번 재판에서 해당 혐의의 유죄가 인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고철용 본부장이 제기한 고양시 비서실 인사 개입 의혹을 검찰이 허위사실로 보고 기소한 형사사건에서 나온 1심 무죄 판결이다.
재판부가 엄성은 전 시의원의 인사개입을 확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입증하는 데 실패했고, 고 본부장에게 해당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