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목사 시론] 감사함으로 구하는 믿음
/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립보서 4:6)
직장에서 구조조정의 두려움 가운데 근근이 버텨내는 40대 가장이 있었습니다. 업무에 시달리며 아랫사람과 윗사람 눈치 보며 지내지만, 집에서는 내색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가계부를 볼 때마다 한숨만 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려고 결혼한 것이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수록 짜증이 솟구쳐 오릅니다. 물론 ‘그래, 행복한 순간도 있었어’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화가 치밀어 남편을 점점 더 멀리했습니다.
부부는 서로 말이 없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기념일이 되었는데 남편은 아내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신! 나랑 같이 어디 갈 데가 있어.’ 이에 아내는 무슨 선물을 주나 보다 기대하며 선뜻 따라나섰습니다. 속으로는 백화점 쇼핑이나 근사한 외식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기대와 전혀 다른 곳으로 안내하는 것입니다. 쌀집, 구멍가게가 쭉 늘어서 있고 게딱지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달동네였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는 예전 세 들어 살던 쪽방을 찾아갔습니다. 창 너머로 초라한 밥상 앞에서도 배가 부르고 아이의 재롱만으로도 눈물 나게 행복했던 10년 전의 자신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아내가 소매 끝으로 눈물을 훔치며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가 첫 마음을 잊고 살았네요.’ 그렇습니다. ‘첫 마음’ 그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입니다.
‘감사’에 해당하는 우리말 표현은 ‘고마움’입니다. 은혜나 신세를 입어 마음이 흐뭇하고 즐거워함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구약에 나타난 ‘감사’라는 단어는 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시편 30편 4절 “주의 성도들아 여호와를 찬송하며 그의 거룩함을 기억하며 감사하라” 할 때, “감사하라”의 히브리어는 ‘웨호두’(וְ֝הוֹד֗וּ)이고 ‘감사하다’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 동사는 ‘야다’입니다.
그런데 이 동사는 문맥에 따라 창세기 49장 8절에서는 ‘찬양하다’라고 해석했고, 레위기 16장 21절에서는 ‘고백하다’라고 번역했으며, 특히 잠언 31장 28절을 제외하면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구약에서 나오는 감사는 ‘찬양과 신앙의 고백 혹은 죄의 고백’인 동시에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믿음의 응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적인 판단과 계산으로는 더이상 희망을 찾을 길이 없는 상황에도 감사와 기도와 찬양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머리글 본문처럼, 염려의 자리에 감사를 심는 우리 모두 되길 바랍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실지 모릅니다. ‘저도 기도하라는 말씀을 듣고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평안이 없습니다. 늘 걱정과 염려가 있고 두려움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그렇다면 본문 말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십시오. 이 말씀을 헬라어로 보면 두 가지를 말씀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기도하라’는 말씀과 ‘감사를 가지고 탄원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는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구하라’는 것입니다.
제가 어떤 분에게 ‘저에게 내일 식사를 대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면, 얼마나 상대방이 당황스럽겠습니까? 마치 밥 사달라고 압력을 넣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저는 얻어먹는 자리는 불편하여 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자리도 피하지만 말입니다.
머리글 말씀에서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구하라’는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이미 받은 것으로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께 이미 ‘받았다’라고 생각하고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믿으며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의미이며, 자신의 염려를 하나님께 내려놓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감사함으로 아뢰라’는 말씀은 완전히 내려놓고 ‘다 됐다. 이제는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나아가라는 말씀입니다. 그럴 때 우리 안에 이 세상에서 주지 못하는 놀라운 평화와 평안이 임재한다고 성경은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십니까? 기도하면서 왜 염려하십니까? 기도할 수 있는데 왜 실망하고 방황하십니까? 주님 앞에 무릎 꿇고 간구해 보세요’라는 찬양이 떠오릅니다.
하나님 아버지! 부르짖는 소리에 응답해 주시고 막힌 것을 뚫어주시고 해결해 주시고 풀어주시고 열어주시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