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전 후보자, “사퇴 거부”→“자진 사퇴” 돌변 배경 뭘까
2주만에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민주당서 결단 요청” “비례의원·장관 겸직 공감대 넓지 못해”…“직 수행 어렵다 판단”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갑자기 후보자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용 전 후보자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인사청문회에서 직접 소명하겠다며 ‘사퇴 거부’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13일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 발표를 했다.
용 전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가 결단해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직접 거취 결단을 요구받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의 결단에 참으로 감사했다”며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떳떳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청문회에서 소명하고 싶었다”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면서 “여성과 성소수자, 성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을 떠올리며 해내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용 전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의 2기 개각에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 문제를 비롯해 배우자와 기본소득당 운영, 과거 비공개 정파 활동인 이른바 ‘언더조직’ 논란 등에 휩싸였다.
용 전 후보자는 지난 10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용 전 후보자는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에도 여론 악화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사퇴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10일 용 전 후보자의 기자회견 이후 “국민 눈높이에서 엄중히 바라보겠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등의 수사를 동원해 사퇴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30%대로 떨어진 국정 지지율이 원인이 인사 문제가 꼽히는 상황에서 용 전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용 전 후보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용 전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용 후보자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이를 수용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용 전 후보자의 사퇴로 15일로 예정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이번 인사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은 용 점 후보자의 기자회견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 용혜인입니다.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오늘로 딱 2주가 흘렀습니다.
대통령께서 30대 야당 국회의원을 국민주권정부의 국무위원으로 지명하신 뜻은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의 정신을 살리고, 현장과 호흡해 온 경험을 살려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하루 빨리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결단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줄곧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성평등가족부장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왔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며 만났던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떠올리며 해내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한 명의 여성도 더 잃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젠더폭력에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함께 돌보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가족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누구도 일과 양육 중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청소년들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마음껏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주권정부의 탄생을 위해 앞장서 뛴 사람으로서 그 성공을 함께 책임지는 연대의 정신을 이어내고 싶었습니다.
비록 작은 정당이지만 비전과 정책이 분명한 기본소득당과 저 용혜인에게 거는 기대와 함께, 새로운 소임을 맡겨주신 대통령의 결단에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주 동안, 후보자 검증은 포기한 채 소수정당의 어려운 형편을 조롱하고 폄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행태와 사실 확인은 뒷전으로 미루고 반론권조차 보장하지 않은 일부 언론들의 악의적인 왜곡 보도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떳떳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국민 앞에 하나하나 소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끝내 인사청문회 일정 잡기를 거부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가짜 정보와 억측 속에, 국민께 진실과 제 진심을 직접 전하고자 먼저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자회견 후 많은 분으로부터 이제야 사실을 알게됐다, 오해가 풀렸다, 앞으로도 힘내라는 지지와 응원의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연 기자회견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습니다. 제 부족함입니다. 겸허히 수용합니다.
저는 모두를 위한 성평등 실현과 연대의 정신으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수락했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남은 의혹들 역시 해소해나겠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하여 후보자가 결단해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습니다.
그 뜻을 알기에 저 역시 깊이 고심했습니다.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입니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그리고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의 정신을 이어 나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저 용혜인은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저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합니다.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큰일을 맡겨주셨던 믿음에 감사드리고, 또 그 소임을 미처 다해내지 못하여 송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제 부족함에 대한 지적도 하나하나 겸허하게 새기겠습니다.
후보자로서 약속드렸던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길, 이재명 정부와 함께 기본소득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 나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고,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습니다. 진심을 담은 정치,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국민께 보답하기 위해 성심을 다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