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유통 근절…사이트 개설 처벌·수익원 차단
성착취물 삭제 ‘합법적 해킹’…광고 게재 금지·계좌 거래 정지 ‘도메인셔틀링 자동 탐지’ 연구개발…복호화 없이 트래픽 차단 성평등부·방미통위·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통합대응 방안 발표 李대통령 “모든 수단 동원 추적”…원민경 “불법사이트 무력화”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불법촬영·성착취물 유통 불법사이트 개설을 도박장 개설죄처럼 독립 범죄화해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추진된다.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을 유통하는 사이트에 수사기관이 직접 접속해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합법적 해킹’이 가능해진다. 또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에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를 거래정지해 수익원을 전면 차단한다.
성평등가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는 20일 이같은 내용의 ‘불법 촬영물 유통 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협의체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확보한 3만4628개 불법사이트와 최근 5년간 27건의 수사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불법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성착취물 삭제를 지원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자 신고로 경찰 수사가 이뤄진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등 디지털성범죄는 총 1만7716건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4439건에서 2022년 3201건, 2023년 2314건으로 줄었다가 2024년 3579건, 지난해 4273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삭제요청에 불응하는 비율이 2022년 24.4%에서 지난해 28.5%로 증가한 가운데, 국내 법망을 회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제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협의체는 갈수록 증가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과 수사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먼저 도박을 한 사람뿐 아니라 도박장을 연 사람도 처벌하는 ‘도박장 개설죄’를 현행 형법에 둔 것처럼, 불법사이트를 개설한 사람을 독립 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한다.
또 서울·부산·경기남부·전남경찰청 등 전국 4개 시·도경찰청에 20명 규모의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운영총책을 겨냥한 인지수사를 추진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등 해외기관과 공조를 확대한다.
수사기관이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불법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단서를 수집하고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능동적 방어제도’(합법적 해킹)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 영국과 호주는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 적시된 목적에 한해 능동적 방어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와 관련해 “영국과 호주처럼 우리나라도 서버지나 피의자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법원 영장에 근거해서 집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법사이트의 돈줄인 수익원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도 강화된다.
주요 수익원인 광고를 차단할 수 있도록 불법사이트 광고 게재를 금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통해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의 거래를 즉시 정지시킨다.
아울러 수익원 차단 후 도메인만 바꿔 재개설하는 ‘도메인 셔틀링’을 자동 탐지해 심의 없이 즉각 차단하는 시스템도 개발한다.
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협력해 삭제요청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는 플랫폼사업자를 제재하고, 해외 호스팅·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에 부처 공동으로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는 등 국제 공조도 대폭 강화한다.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차단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긴급 차단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플랫폼사업자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발견하면 삭제하고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피해자의 성착취물이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 수익 차단, 운영자 검거를 위한 집중 수사, 처벌 강화 등 불법사이트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린 ‘불법촬영물 유통의 뿌리를 반드시 뽑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사망을 피해 숨어 있더라도 가용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하고, 반드시 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