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급식 시간에도 배우는 아이들

2026-08-20     송지나 기자
방승범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줄을 서고 식판을 받는다. 앞에 선 아이가 반찬을 받느라 잠시 멈추면 뒤에 있는 아이가 기다려 주기도 하고, 빨리 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정해진 자리에 앉은 뒤에는 먼저 식사를 마친 아이가 친구를 기다리는가 하면, 주위 친구들이 모두 일어나자 아직 다 먹지 못했는데도 서둘러 식판을 정리하는 아이도 있다.

먹는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좋아하는 반찬부터 먹는 아이가 있고, 낯선 음식은 한동안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도 있다. 친구의 식판을 보며 “그것도 못 먹어?”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늦게 먹는 친구에게 “천천히 먹어도 돼”라고 말해 주는 아이도 있다. 짧은 점심시간에도 친구를 대하는 말과 행동이 드러난다.

학교급식이라고 하면 먼저 영양과 건강을 떠올린다. 아이가 골고루 먹는지, 음식을 많이 남기지는 않는지, 식사 예절을 잘 지키는지 살펴본다. 모두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살펴야 한다. 여러 아이가 함께 밥을 먹을 때는 서로 맞춰 지내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학교와 학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실로 가는 순서와 배식을 받는 차례, 앉는 자리를 미리 정해 둔다. 아이가 누구 옆에 앉을지 마음대로 고르기는 어렵다. 그래도 정해진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는 아이가 고른다. 앞 친구를 기다릴지 재촉할지, 친구가 먹는 모습을 놀릴지, 국을 쏟은 친구를 도울지 결정한다. 점심시간을 살펴보면 수업 중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도 알 수 있다.

가정에서는 가족이 아이의 입맛과 먹는 속도를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식성이 다르고, 먹는 양과 속도도 다 다른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어떤 아이에게 익숙한 음식이 다른 아이에게는 처음 보는 음식일 수 있다. 자신에게 편한 행동이 친구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먹는 양과 속도도 서로 다르다. 빨리 먹는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며, 늦게 먹는다고 잘못하는 것도 아니다. 편식이 걱정되더라도 친구와 비교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흉을 주어서는 안 된다. 건강이나 알레르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도 있다. “왜 그것밖에 안 먹어?”, “그것도 못 먹어?”라는 말은 장난처럼 들리지만, 듣는 아이는 부끄러울 수 있다. 친구의 식판과 먹는 모습을 놀리지 않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다.

배식을 받고 식판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배울 것이 있다. 줄을 지키고, 앞사람을 재촉하지 않고, 흘린 음식이 있으면 닦는 일이다. 실수로 국을 쏟은 친구가 있다면 놀리기보다 함께 정리할 수 있다. 누가 쏟았는지 따지기 전에 주변부터 치우면서 생긴 일을 함께 해결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가 점심시간의 말과 행동을 지도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한 아이의 선택이 같은 자리에 있는 친구의 식사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함께 쓰는 공간에서는 자기 기분대로 움직일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안전과 마음도 살펴야 한다. 누구나 편안하게 식사하도록 돕는 일은 학교가 맡아야 할 생활 지도다.

그렇다고 점심시간마다 교사가 긴 설명을 하거나 모든 행동을 평가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에게 식사는 쉬는 시간이기도 하다. 계속 지시를 받으면 편하게 밥을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의 한 장면만으로 아이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누구나 급하거나 피곤한 날에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교사는 같은 행동이 자주 나타나는지, 어떤 상황에서 생기는지 살펴야 한다. 그래야 바로잡아야 할 습관인지, 아이가 도움을 받아야 할 어려움인지 알 수 있다.

“친구를 배려해야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해야 할 행동을 바로 알려 주는 편이 낫다. “앞 친구를 재촉하지 말자”, “먹는 모습을 놀리지 말자”와 같이 말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긴 뒤에는 누가 잘못했는지만 묻지 말고, 어떤 말과 행동이 불편했는지 들어 봐야 한다. 다음 점심시간에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도 함께 생각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아이의 점심시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오늘 급식은 맛있었어?”와 함께 “점심시간은 편안했어?”, “밥을 먹다가 불편한 일은 없었어?”라고 물어보는 방법이 있다. 어떤 친구와 무슨 말을 했는지 날마다 캐묻는 것은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먼저 아이의 말을 듣고, 같은 어려움이 계속될 때 담임교사에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급식 시간이 싫어”라고 자주 말한다면 그 까닭을 차분히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먹는 일이 힘들거나 친구의 말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무엇이 제일 힘들었어?”라고 물으면 아이가 겪은 일을 더 잘 알 수 있다. 부모와 교사가 각자 본 모습을 나누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도 찾기 쉬워진다.

알레르기가 있거나 특정한 음식을 먹을 때 힘들어하는 아이는 미리 학교에 알려야 한다. 교사도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이유를 여러 번 설명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아이의 사정을 모두에게 자세히 밝히기보다 필요한 주의 사항만 함께 나누는 편이 좋다. 건강을 지키면서도 아이가 식사 자리에서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점심시간의 생활 지도는 누구도 불안하거나 외롭지 않게 밥을 먹도록 돕는 일이다. 날마다 자리를 함께하고 서로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급식 시간에도 아이는 자라고 있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