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AI와 교육(3) - AI가 답 쓰는 시대, 교육이 해야 할 일
/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검색의 시대에서 사고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사람 교육으로
인터넷은 정보를 찾아주었다. 스마트폰은 그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AI)은 정보를 바탕으로 답을 만들어준다.
이 변화는 교육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인터넷 시대의 학생은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여러 자료를 읽어야 했다. 그러나 AI 시대의 학생은 질문만 입력하면 요약문, 보고서, 시, 수학 풀이, 토론문, 자기소개서까지 받을 수 있다.
교육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학교의 많은 과제는 학생이 글을 쓰고, 문제를 풀고, 자료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AI는 바로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다. 학생이 실제로 이해했는지, 아니면 AI가 만든 결과물을 제출했는지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인터넷 시대의 표절이 복사와 붙여넣기였다면, AI 시대의 표절은 더 복잡하다. AI는 매번 새로운 문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를 부정행위의 도구로만 볼 수는 없다. AI는 학생 수준에 맞춰 설명을 바꾸고, 틀린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며, 글쓰기 피드백을 줄 수 있다. 교사에게는 수업 자료 제작과 평가 문항 구성, 학생별 학습 상태 파악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역시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속도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AI의 가능성만큼 위험도 크다는 점이다.
첫째, AI는 틀릴 수 있다. 더구나 틀린 답도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답을 받는 능력이 아니라, 그 답을 검증하는 능력이다.
둘째, AI는 생각을 대신할 수 있다. 학생이 개념을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은 교육에서 중요하다. AI가 이 과정을 지나치게 대신하면 결과물은 얻지만 배움은 잃을 수 있다.
셋째, AI는 평가를 흔든다. 집에서 작성한 보고서나 독후감이 학생 스스로 만든 결과물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교육은 완성된 결과물보다 초안, 수정 과정, 발표, 토론, 구술 설명, 수업 중 수행을 더 중시해야 한다.
넷째, AI는 개인정보와 교육격차 문제를 낳는다. 학습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보호되는지 명확해야 한다. 또 좋은 AI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는 새로운 격차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 교육의 핵심은 기술 사용법이 아니다. 질문하는 능력, 검증하는 능력, 자기 생각을 세우는 능력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부족하다. AI 시대의 교육은 결국 다시 사람의 교육이어야 한다.
AI는 답을 만들 수 있지만,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AI는 문장을 쓸 수 있지만,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AI는 윤리를 설명할 수 있지만, 윤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는 결국 인간이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인성교육과 사회공동체 교육은 더 중요해진다. 학교는 학생에게 AI를 활용하는 법과 함께, 정직하게 배우는 태도, 타인의 의견을 듣는 태도, 디지털 공간에서 책임 있게 말하는 태도, 혐오와 편견을 비판하는 태도, 공동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AI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에서도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빨리 쓸 것인가”가 아니다.
이 글에 담긴 내 생각은 무엇인가.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정직한가. 이 표현이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배제하지는 않는가. 내 말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나는 이 결과물에 책임질 수 있는가.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 시대의 교사는 정보 탐색의 안내자였다. 스마트폰 시대의 교사는 디지털 생활과 집중력의 지도자였다. AI 시대의 교사는 학습 설계자이자 사고의 코치이며, 인간다움을 지키는 교육자여야 한다.
AI는 교육을 끝내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드는 도구다. 교육이 단순히 정답을 제출하는 일이라면 AI는 많은 부분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이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과 토론하고, 판단의 책임을 배우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면 AI는 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
기술이 답을 빠르게 줄수록 학교는 질문을 더 깊게 가르쳐야 한다. 기술이 글을 대신 써줄수록 학교는 자기 언어로 말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기술이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수록 학교는 함께 배우는 의미를 지켜야 한다.
AI 시대의 교육이 가르쳐야 할 것은 단순한 사용법이 아니다.
기술 앞에서 자기 생각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혼자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