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30분 안쉬고 바로 퇴근하겠습니다” : 휴게시간 운영의 변화
근로기준법 제54조는 사용자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8시간인 경우 1시간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오랜 기간 ‘휴게시간은 반드시 근무 중간에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해되어왔다. 즉, 근로시간이 4시간이라면 그 중간에 반드시 30분의 휴게시간을 배치해야 하며, 이를 근로 종료 시점에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근로자의 편의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4시간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30분의 휴게시간을 포함하면 회사의 체류 시간이 4시간 30분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일부 근로자들은 “차라리 휴게시간 없이 4시간만 근무하고 바로 퇴근하고 싶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 해석상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기 어려워 형식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면서 비효율적인 운영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존재했다.
이와 같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개정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 운영 방식에 일정한 유연성을 부여했다. 올해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내용에 따르면 다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4시간 근로에 대한 30분 휴게시간을 반드시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1) 근로시간이 4시간일 것
2) 근로자가 휴게시간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요청할 것
이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근로자는 별도의 휴게시간 없이 4시간 근무 후 즉시 퇴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기존의 경직된 휴게시간 운영 원칙에서 벗어나 근로자의 선택권과 근무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적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실무적으로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개정은 어디까지나 “근로자의 명시적 요청”을 전제로 한 예외 규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거나, 관행적으로 생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법 위반 소지가 있다. 반드시 근로자의 자발적 의사표시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의사는 명확하게 확인되고 기록으로 남겨질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은 단순히 휴게시간을 줄이거나 생략하는 문제를 넘어, 근로시간 운영에 있어 ‘형식적 규제’에서 ‘실질적 선택권’으로 전환되는 흐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현장의 다양한 근로형태와 근로자의 요구를 반영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며, 향후 유사한 유연화 논의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합리적인 운영 방안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하슬린 노무사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국제개발협력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