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AI 초과이윤, 국민기본교육·미래경쟁력에 재투자해야
/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 전기차, 배터리, 로봇, 플랫폼 산업이 미래 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하이닉스 같은 재벌 대기업은 이 문명 전환의 주도 세력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이들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 기술 경쟁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이들 대기업은 국가가 아니다. 그들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기업의 성장이 곧 국민의 성장으로 자동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다고 아이들의 미래가 저절로 밝아지는 것도 아니며, AI 산업이 커진다고 부모의 일자리와 가정의 삶이 곧장 안정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한국 재벌 대기업의 성장사는 결코 순수한 시장경쟁의 역사만이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 한국의 압축성장은 국가 주도 산업화의 산물이었다. 정부는 특정 기업과 산업에 금융, 세제, 인허가, 외화 배분, 수출 지원을 집중했다. 은행은 사실상 국가의 산업정책 도구였고, 값싼 자금과 각종 특혜는 대기업 성장의 토양이 되었다.
재벌은 기업 자체의 능력으로만 성장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국가가 동원한 자원 위에서 성장했다. 국민의 세금, 국가의 인프라, 정부의 밀어주기, 교육받은 노동력, 수출 중심 산업정책이 오늘의 대기업을 만들었다.
그 성장의 뒤에는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 산업재해, 노조 탄압, 열악한 작업환경은 압축성장의 어두운 기반이었다. 공장은 돌아갔고 수출은 늘었지만, 그 이면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시간과 건강과 삶을 바쳤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경쟁력을 갖는 동안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했다.
오늘의 재벌 대기업은 노동자의 땀과 희생 없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은 누군가의 부모였고, 누군가의 자녀였으며, 한 가정을 책임지는 시민이었다. 압축성장의 비용은 결국 수많은 가정의 삶 위에 놓여 있었다.
외환위기로 기업과 국가가 부도로 내몰렸던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도 국민은 또 한 번 비용을 떠안았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과잉 차입, 무리한 확장 경영의 대가는 국민경제 전체의 위기로 돌아왔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밀려났다. 평생직장은 무너졌고, 비정규직과 불안정 노동이 횡행했다. 국민은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부담했고, 노동자는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 기업 위기의 비용을 감당했다.
그런데 위기가 지나간 뒤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 더 많이 돌아갔는가. 많은 경우 그것은 국민 전체가 아니라 대주주, 총수 일가, 자본시장 상층부에 집중되었다. 재벌은 국민의 세금과 노동자의 희생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위기 이후의 이윤과 지배권은 사적 소유의 영역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가 반드시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경영권 승계 문제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재벌체제는 오랫동안 불법·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합병 비율 논란, 소액주주 희생, 회계 문제 등 수많은 의혹과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개별 사건의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재벌 권력이 어떻게 세습되고 유지해 왔는지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하고 키운 것은 국민경제였는데, 지배권은 소수 가문에게 집중되고 세습되어 온 모순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을 미워하자는 뜻이 아니다. 기억해야 공정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AI시대의 질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할 극초과이윤과 초과세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AI와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알고리즘, 고성능 반도체, 클라우드, 플랫폼, 자동화 기술은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 부의 원천은 기업 내부에만 있지 않다. 주주와 근로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구축한 전력망과 통신망, 국가가 지원한 연구개발, 공교육이 길러낸 인재, 대학과 연구소의 지식 축적, 노동자들의 숙련, 국민 전체가 생산한 데이터가 그 토대다.
따라서 AI시대의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는 국민경제의 다음 경쟁력을 위해 재투자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극초과이윤이나 초과세수를 단순히 나눠 쓰는 돈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AI와 반도체 산업은 세계적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유럽이 모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지금은 앞서 있지만, 한 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기 어렵다.
그러므로 기업의 이윤과 국가의 초과세수 가운데 상당 부분은 다음 경쟁력을 위한 재투자로 가야 한다. 연구개발, 첨단 공정, AI 인프라, 전력망, 데이터센터,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중소기업 기술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재투자의 방향이다. 재투자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주주 배당, 단기 주가 부양, ‘부동산성’ 자산 축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음 경쟁력을 위한 재투자라면 기업 내부의 설비투자만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투자여야 한다.
AI시대의 경쟁력은 반도체 공장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람, 교육, 지역, 대학, 노동자의 숙련, 연구 생태계, 공공 인프라에서 함께 만들어진다. 결국 가장 중요한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그래서 AI시대의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는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 산업경쟁력을 위한 가장 강력한 재투자다.
아이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이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자동화로 밀려나는 존재가 아니라, 산업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세대가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통해 안정된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노년층 역시 디지털 문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기본교육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이다. 국민 누구나, 평생 동안, 필요한 기본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은 아이를 위한 정책이면서 부모를 위한 정책이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면서 기업의 미래인재를 키우는 산업정책이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자본주의’가 성공하려면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대기업 지원에는 반드시 사회적 환류가 있어야 한다. 세액공제, 인프라, 전력, 용수, 부지, 연구개발 지원을 받은 기업은 그 성과를 국민경제의 다음 경쟁력으로 되돌려야 한다. 청년 고용, 노동자 재교육, 지역대학 협력, 중소기업 기술 생태계 조성, 산업안전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둘째,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극초과이윤과 초과세수는 미래 경쟁력 재투자로 쓰여야 한다. 다만 그 재투자는 단순한 기업 내부 유보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기술력과 인적자본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셋째, 그 핵심 재원은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AI 교육전환기금, 국민미래교육기금, 평생직업교육기금 같은 방식으로 공교육, 대학, 지역대학, 직업전환 교육, 평생교육, 디지털 시민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삼성, 현대차, SK하이닉스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기업이다. 이륻 대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이겨야 한국 경제도 버틸 수 있다. 그들의 이윤이 다음 기술 경쟁을 위한 재투자로 가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그 재투자의 명분이 국민을 배제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 대기업이 성장한 뒤에는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고, 국민의 세금이 있었고, 정권의 밀어주기가 있었고,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불법과 편법의 그림자가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함께 만든 성장이라면, 다음 경쟁력을 위한 재투자 역시 국민과 함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AI 문명 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은 분명해야 한다.
재벌의 초과이윤은 단순한 사적 축적이 아니라 다음 경쟁력을 위한 공적 재투자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반도체와 AI가 만든 초과세수는 국민의 무상 기본교육과 미래 산업역량 강화로 돌아가야 한다.
노동자의 희생과 국민의 세금 위에서 성장한 기업이라면, 이제는 그 이익을 국민경제의 다음 도약에 재투자해야 한다.
AI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업의 공장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배우고 전환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따라서 국민 누구나, 일평생, 필요한 기본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초과이윤과 초과세수는 국민을 위한 미래경쟁력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그것이 공정이고 실용이다. 그리고 그것이 AI시대 대한민국이 가야 할 진짜 실용자본주의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