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교육교부금 논란, AI시대 교육국가 출발점 돼야
/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학교중심 교육 벗어나 국민기본교육 체제로 패러다임 전환하자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개편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수요 변화에 맞춰 초·중등 중심의 교육재정 구조를 고등교육, 평생교육, 미래인재 양성까지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논의는 단순히 교육예산을 줄이느냐,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에 아이들과 국민 전체의 교육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교육교부금은 1972년 도입된 이후 대한민국 초·중등교육을 지탱해 온 핵심 재원이었다. 국가가 거둔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해 초·중·고 교육에 쓰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교실을 세우고, 교사를 확보하고, 공교육의 기반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의 밑바탕에는 공교육이 있었다. 가난한 집 아이도 학교에 갈 수 있었고, 지역의 아이도 배움을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교육교부금은 그런 교육국가의 중요한 기둥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는 급격히 줄고 있다. 반면 교육수요는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다. 이제 교육은 초·중·고 교실 안에만 머물 수 없다. 유아교육,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지역대학 혁신, AI·디지털 전환교육까지 교육의 범위는 국민의 생애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교부금 개편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초·중등 예산을 줄일 것인가”가 아니다. 핵심은 AI시대에 교육재정을 누구를 위해, 어디에, 어떤 원칙으로 다시 설계할 것인가이다.
초·중등교육의 안정성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이들의 교실과 교사의 역할, 학교의 공공성은 결코 약화돼서는 안 된다. 특히 저출생 시대일수록 한 명 한 명의 아이에게 더 촘촘하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교육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아이의 성장이 곧 국가의 미래가 되는 시대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 산업화 시대의 재정 배분 구조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도 미래세대를 위한 길은 아니다. 이제 교육재정은 초·중등교육을 넘어 국민 전체의 생애교육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AI시대 교육정책은 기존 학교 중심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무상 국민기본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이란 단순히 초·중·고 무상교육을 뜻하지 않는다. AI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필요한 기본교육을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아동과 청소년에게는 튼튼한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에게는 대학과 직업교육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노동자에게는 직무 전환과 재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중장년과 노년층에게는 디지털·AI 기초교육과 평생학습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은 국민 누구도 기술 변화 앞에서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교육국가의 새로운 약속이다.
AI시대에는 한 번 배워 평생 먹고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은 일자리를 바꾸고, 산업을 재편하고, 노동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부모 세대가 경험한 세상과 완전히 다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AI와 함께 배우고, 일하고, 경쟁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육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단순한 암기 교육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 질문하는 능력, 해석하는 능력, 협업하는 능력,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 인간다운 판단력과 윤리의식을 함께 길러야 한다. AI시대의 공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
동시에 부모 세대도 다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산업전환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에서 AI가 도입되고, 업무방식이 바뀌고, 새로운 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부모가 기술 변화에서 밀려나면 가정의 안정도 흔들린다. 부모의 일자리 불안은 곧 아이의 삶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AI시대 교육정책은 아동교육과 성인교육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 아이의 미래교육과 부모의 재교육, 지역의 평생교육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기본교육 무상교육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AI시대의 가장 강력한 산업정책이자 미래 경쟁력 투자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산업 경쟁력은 강해진다. 노동자가 재교육을 받을수록 산업전환 비용은 줄어든다. 지역대학이 살아날수록 지역산업도 살아난다. 국민이 기술 변화에서 배제되지 않을수록 사회 갈등은 줄어든다.
교육교부금 개편도 바로 이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공교육 축소가 아니라 국민기본교육 확대 방향이어야 한다. 초·중등교육의 기반은 지키되, 교육재정을 국민 전체의 기본교육권을 보장하는 체계로 확장해야 한다. 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AI·디지털 재교육까지 하나의 국민기본교육 체계로 묶어야 한다.
교육재정의 목적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예산 집행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AI시대를 살아갈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교육재정은 줄일 대상이 아니라 새롭게 설계하고 더 현명하게 투자해야 할 국가의 핵심 자산이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노선은 ‘실용자본주의’로 불릴 수 있다. 이념보다 국민의 삶을 우선하고, 구호보다 실제 성과를 중시하는 시대정신이다. 그렇다면 교육에서도 실용이 필요하다. 실용이란 단순히 예산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실용이란 미래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곳에 국가의 재원을 배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