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한 아이를 여러 사람이 함께 돕는 교실

2026-07-06     송지나 기자
방승범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의 어려움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자주 엎드려 있거나 준비물을 반복해서 잊어버리고, 친구와 갈등을 겪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발표와 모둠 활동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우리는 아이의 태도에서 원인을 찾기 쉽다. 수업에 관심이 없거나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친구와 어울리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노력하려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실에서 보이는 행동만으로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가 싫어서가 아닐 수 있다. 학습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거나 친구 관계로 마음이 불편할 수 있고, 가정에서 충분히 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이 서로 얽혀 하나의 행동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담임교사는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고 친구들과 생활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학부모는 학교에서는 알기 어려운, 가정에서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알고 있다. 상담교사는 아이가 쉽게 털어놓지 못한 감정과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보건교사는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학교에 따라 특수교사나 교육복지 담당자 등도 각자의 관점에서 아이의 모습을 살핀다.

각자가 바라본 것은 아이의 한 단면일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관찰과 이야기가 연결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이의 어려움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각자가 지닌 작은 조각들이 모여 아이의 모습을 한층 더 온전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는 기초학력 지원, 상담, 복지, 건강 관리,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 등 학생을 돕기 위한 여러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영역별로 나뉘어 이뤄지면서 한 아이가 겪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살피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결과 공부와 관계의 어려움을 서로 별개의 문제로 다루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올해 3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학생이 학교 안팎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개인의 상황에 맞는 학습, 복지, 건강, 진로, 상담 등의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다. 한 아이의 어려움을 교사나 학부모 어느 한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두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이 함께 살피며 지원 방안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함께 돕는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각자의 방법을 아이에게 동시에 적용한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조언이 한꺼번에 주어지면 아이는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함께 돕는다는 것은 역할은 나누되 방향은 공유하는 일에 가깝다.

담임교사는 아이의 변화를 관찰하고 필요한 도움으로 이어지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상담교사는 아이의 마음을 살피고, 학부모는 가정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변화와 관련 정보를 학교에 전할 수 있다.

각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지원 과정과 결과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러 사람이 참여한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지원이 이뤄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여러 번 회의하더라도 정작 아이의 이야기가 빠진다면 이를 아이를 위한 지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아이에게 무엇이 힘든지,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직접 묻는 과정도 필요하다.

아이에 관한 정보는 지원에 필요한 사람들과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공유해야 한다. 도움을 받는 경험이 아이에게 낙인으로 남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원의 목적은 아이를 ‘문제 있는 학생’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다시 배움과 생활에 참여하도록 돕는 데 있다.

학부모 역시 지원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를 함께 이해하는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학교가 가정의 부족한 점만 찾거나 가정이 학교의 책임만 따지는 방식으로는 아이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와 가정이 각자 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솔직하게 나눌 때 지원 방향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교사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담임교사가 아이의 모든 어려움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는 일도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는 교사가 혼자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아이에게 더 적절한 도움을 찾았다는 뜻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삶은 학습, 관계, 감정, 건강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아이의 삶을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 바라보는 것은 어른이 이해하고 제도가 지원하기 쉽도록 편의상 구분한 것일 수 있다. 아이가 겪는 어려움이 서로 이어져 있다면 아이를 돕는 사람들의 노력도 서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세심한 관찰이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이어질 수는 있다. 교실은 한 사람에게 아이의 모든 어려움을 맡기는 곳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한 아이를 함께 이해하고 돕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의 변화는 이러한 연결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