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새 교육감들, 학생 역사 왜곡·혐오 근절책 내라

/ 김희철 베이비타임즈 전문기자

2026-07-05     김희철 전문기자
김희철

학교·학생의 역사 왜곡과 혐오, 임기 시작 교육감들이 나설 차례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사건은 현재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과 지도자, 학교 관계자들이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하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절차가 추진되면서 두 학교 사이에는 일단 대화와 화해의 통로가 열렸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광주제일고와 광주 시민에게 사과하고 역사교육과 혐오 표현 근절 교육을 약속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6개월 출전정지 징계와 별도로 학교 차원의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교육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고 해서 이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사과와 참배, 징계는 필요한 출발점일 뿐이다. 이번 일을 단순히 배재고 야구부의 문제로만 정리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회성 사건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학교 현장과 스포츠 현장, 온라인 공간에 스며든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 사회적 경고다.

배재고 야구부 사건은 단순히 몇몇 학생들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경기장에서 나온 응원 구호는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며, 공동체의 기억을 가볍게 여긴 행위였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역사교육과 시민교육이 어디까지 흔들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의 잘못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생들만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학생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왜 학생들이 그런 말을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죄의식 없이 응원 구호로 사용할 수 있었는지, 왜 역사적 희생과 국가 폭력의 기억이 조롱의 언어로 소비될 수 있었는지, 우리 교육과 사회가 무엇을 놓쳤는지 함께 물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안팎에서는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 역사적 희생자에 대한 조롱과 폄훼가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는 검증되지 않은 왜곡 정보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일부 민간 교육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이른바 ‘리박스쿨’ 논란은 왜곡된 역사 인식이 교육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여준 사례였다. 이제 이러한 문제를 특정 학교 특정 지역, 특정 사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교육 전체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배재고 사건 이후 광주제일고와 광주 시민에게 사과하고, 5·18 민주묘지 참배와 역사교육, 학교 운동부 대상 혐오 표현 근절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교육감은 앞서 1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폄훼한 행위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하며 역사 왜곡과 교육환경 훼손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역사적 진실과 피해자의 존엄을 지키는 일은 교육이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제 그 원칙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배재고 사건은 서울시교육감과 광주·전남 교육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모든 교육감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다.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이 특정 지역의 기억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할 공동체의 기억이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명히 새겨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AI) 시대’, ‘문명 전환 시대’, ‘미래 인재 등용’이라는 화려한 구호 속에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능력,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능력,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피해자의 존엄을 조롱하며, 민주주의의 뿌리를 가볍게 여기는 인재라면, 그는 진정한 미래 인재가 아니다.

AI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문명 전환 시대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공동체의 기억이다. 실용이 중요하다고 해서 역사와 정의가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만, 역사의식과 시민성 없는 기술은 공동체를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미래 교육은 코딩과 인공지능만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에 임기를 시작한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은 역사교육 강화와 함께 교권 보호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에 맞서 수업하는 교사들이 부당한 민원, 정치적 공격, 온라인 괴롭힘, 명예훼손에 노출되지 않도록 교육청 차원의 법률 지원과 보호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교사가 위축되면 수업은 침묵하게 되고, 수업이 침묵하면 왜곡된 정보가 학생들의 생각을 대신 채우게 된다. 역사교육의 현장을 지키는 것은 교사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독일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나치의 만행과 홀로코스트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교육에서 나치 범죄와 유대인 학살, 전체주의와 인종주의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파괴했는지를 반복해서 가르친다. 많은 학생이 수업을 통해 나치의 역사적 책임을 배우고, 강제수용소와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하며, 희생자의 기록과 증언을 접한다.

독일 교육의 핵심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 참혹함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5·18 민주화 운동 교육도 그래야 한다. 5·18을 단순히 교과서 속 몇 줄의 사건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가 폭력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시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왜 그 기억을 함부로 조롱해서는 안 되는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5·18 당시의 실제 기록 영상, 증언 영상, 다큐멘터리 자료를 교육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참혹한 비디오 자료의 상영도 필요하다. 다만 자극적 소비가 아니라 역사교육의 맥락 속에서, 교사의 충분한 설명과 사전·사후 교육, 학생들의 정서적 배려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역사의 참혹함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때, 학생들은 비로소 조롱이 아니라 존중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