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칼럼] 현장을 말하기 전에 책임부터 돌아봐야

안민석 당선인 ‘현장론’, 교권 해법 아니라 정치 언어로만 들려 참교육 ‘교권보호국’발 교권 보호, 정교하고 절제된 접근 필요

2026-06-20     김희철 전문기자
김희철

최근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이른바 ‘경기도형 교권보호국’ 구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특수부대·해병대 출신 교사들을 위기 학교에 투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이후 여러 말이 나오자 안 당선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교사들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과하게 표현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안 당선인의 “위기 학교에 특수부대·해병대 출신 교사들 투입” 발언을 ‘단순한 표현의 과잉’으로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학교는 병영이 아니다. 학생은 제압의 대상이 아니며, 교사는 물리적 위압을 통해 권위를 회복하는 존재가 아니다. 교권 보호는 힘센 사람을 학교에 투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과 행정, 상담과 중재, 민원 대응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교권 보호라는 중대한 과제를 정교한 정책 논의가 아니라, 자극적인 발언과 정치적 언어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 당선인은 ‘경기도형 교권보호국’ 구상과 관련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의 비판적인 태도와 주장에 대해 “과잉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그분은 현장을 모른다”라고 맞받아쳤다는 얘기가 들린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견해 차이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국의 미래교육을 설계하고 정착시켜야 할 ‘파트너’인 서울시교육감을 향해 “현장을 모른다”고 단정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교육 현장의 위기는 감정적 구호나 과장된 표현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현장의 실제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미 시행 중인 제도와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더구나 안 당선인은 서울시교육청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교육활동 보호 긴급지원체계, 이른바 ‘SEM119’ 정책을 제대로 알고 ‘재임’을 앞둔 정근식 교육감에게 “현장을 모른다” 표현을 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나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 교사가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한 ‘교육활동보호 긴급지원팀 SEM119’를 운영해 왔다.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법률 지원, 상담, 중재, 심리 지원 등을 연계하고, 학교 현장의 갈등과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 온 것이다. 또한 ‘긴급교실안심SEM’과 같은 사업을 통해 위기 교실에 전문 인력을 신속히 지원하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의 제도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지원 속도, 법률 지원의 실효성, 악성 민원 차단 효과, 심리 회복 지원의 충분성은 계속 점검해야 한다. 제도가 있다고 해서 현장이 곧바로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교육청의 기존 정책과 운영 사례는 충분히 검토하고 비교할 필요가 있다.

안 당선인이 정말 현장을 중시한다면, 먼저 다른 교육청이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살폈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SEM119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성과와 한계가 있는지 분석한 뒤 안 당선인 자신의 구상과 정책 ‘정당성 및 합리성’을 주장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기존 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내가 현장을 안다”는 말만 앞세운다면, 그것은 현장 중심 행정이 아니라 자기 확신에 갇힌 정치적 언어로 들릴 수밖에 없다.

안 당선인은 자신이 5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교육위원회에서 오래 일했으며, 1000곳 넘는 학교를 방문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치 경력이 길다고 해서 교육 현장을 저절로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국회의원 5선의 정치 경력은 자랑이기 전에 책임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교권 위기는 하루아침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은 오랜 기간 약화됐고, 아동학대 신고와 과도한 민원은 장기간 교육활동을 위축시켜 왔다. 국회는 여러 차례 교권 보호 법안을 논의하고 제도를 만들었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교육정책의 중심에 있었던 정치인이라면 먼저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국회에 있을 때 교권 추락을 막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왜 그동안의 법과 제도는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가. 왜 교사들은 여전히 교육청과 국회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느끼는가.’

안 당선인은 현장을 많이 다녔다고 말하기 전에, 그 현장의 고통을 제도로 바꾸지 못한 책임부터 돌아보는 것이 옳은 태도일 것이다. 5선 정치 경력이 교육 현장을 잘 안다는 증명서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긴 경력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교권 위기가 이토록 심각하다면, 그 경력은 자부심보다 반성의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SEM119와 같은 기존 정책은 바로 그런 점에서 비교와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기존 제도를 가볍게 넘기거나 새로운 구호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은 참고하고, 무엇은 보완하며, 경기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더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적 설명이다. 그것이 교육 행정가의 언어다.

교육감은 정치적 공격수가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조정자여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가 얽힌 교육 문제는 거친 언어로 해결되지 않는다. 더구나 교권 보호는 교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과 학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더욱 정교하고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은 학교를 방문했는지를 겨루는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교권 보호 정책이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다. 서울에서 먼저 시행된 SEM119와 같은 긴급지원 체계가 실제 교사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법률 지원과 심리 지원은 충분한지, 악성 민원 차단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아동학대 신고 남용을 막을 제도적 보완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 아닌가.

교권 회복은 거친 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군사적 상상력으로도, 자극적인 정치 언어로도 가능하지 않다. 교권 회복은 과거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는 책임 있는 자세, 기존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겸손함, 그리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서 출발한다.

안민석 당선인이 진정 교사를 지키고 싶다면 먼저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 “나는 현장을 안다”는 확신보다 “내가 놓친 현장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이 먼저다.

5선의 정치 경력은 현장 이해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교육 리더십의 출발점은 ‘자만’이 아니라 ‘성찰’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