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이메일 한 통으로 해임 통보 논란
“암 투병 중 병원 PC로 소명서까지 작성했는데 면담도 없이 해임” “직원에 대한 인간적 배려나 절차적 정당성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메리츠 “암 치료 5개월간 업무수행 하지 않고 급여·성과급 수령”
[베이비타임즈=장선희 기자] 메리츠화재보험(대표 김중현)이 사실상 근로자인 부장급 ‘사업가형 본부장’ 40여 명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무자비하게 해임해 본부장들을 지속적인 고용 불안에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메리츠화재의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의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와 별개로 근태관리와 업무평가 등 실적을 토대로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 불안’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불완전 보험 판매와 가입자 부실 관리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 보험 가입자들에게도 ‘보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0일 베이비타임즈 취재를 종합하면, 30년간 메리츠화재에 몸담아 온 전직 본부장이 암 투병 중 회사로부터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사자는 병상에서 소명자료까지 제출했지만 면담이나 설명 절차조차 없이 해임 결정이 내려졌다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995년 메리츠화재 공채로 입사한 A씨는 최근 게시글 입장문에서 “제주, 광주, 순천,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지점장과 마케팅팀장, 본부장을 역임하며 30년 동안 회사를 위해 헌신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2016년 기존 정규직 관리자들을 ‘사업가형 본부장’ 체제로 전환했다. 형식상 개인사업자 위탁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근태관리와 업무평가, 휴가 승인, 본사 회의 참석 등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무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 도입 당시 약 100명의 임명직 본부장이 있었으나 이후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약 40여 명이 해임된 것으로 안다”며 “본부장들이 지속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A씨는 2024년 1월 서울아산병원에서 편도암 2기와 림프절 전이 진단을 받았다. 이후 네 차례 수술과 31차례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전주본부 소속 설계사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조직 관리와 영업 지원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항암 치료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불거졌다. A씨는 “2024년 5월 27일 본사 담당자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본부장 자격심의위원회가 개최될 예정이니 이틀 안에 소명자료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항암 치료 20회차를 넘긴 상태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A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원 PC를 이용해 소명서를 작성했다”며 “투병 중에도 본부장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고, 6월 중순이면 정상 출근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아 제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소명서 제출 이후 회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면담이나 추가 설명 요청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6월 3일 카카오톡으로 사내 이메일을 확인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메일에는 협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월 1일부 해임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전화 한 통, 대면 설명도 한번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30년간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이 암과 싸우며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면담 절차조차 없이 이메일 한 장으로 해임 통보를 받았다”며 “인간적인 배려는 물론 절차적 정당성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과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형식상 위탁계약 관계에 있는 사업가형 본부장에 대한 해임 절차의 적정성, 암 투병 중인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보호 의무 및 인권적 배려가 충분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형 본부장’ 운용 규모와 실태, A씨에 대한 조치의 적법성을 묻는 베이비타임즈의 질문에 메리츠화재 본부를 관리하는 B 차장은 “언론의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없고 홍보실을 통해 확인하는 게 좋겠다”며 사실 확인 자체를 거부하고 A씨 관련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A씨 문제와 관련해 메리츠화재 홍보실은 “암 치료 관계로 5개월간 업무 수행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부장 위탁업무 중지 요청을 하지 않고 급여와 성과급 등을 수령한 잘못이 있다”면서 “영업관리자 자격관리심의위원회를 개최했고 본부장 자격회수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전주노동청에 퇴직금 지급 등에 관한 진정을 넣었으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행정종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