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목사 시론] 비움과 겸손의 영성(靈性)
/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빌립보서 2:6~7)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시기도 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낮추실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나를 비워 내 자아를 자꾸만 작게 만들어 ‘0’(zero)에 가깝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 ‘자기를 비워’(He emptied himself)는 헬라어 성경 원어를 직역한 것이고, NIV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삼다’(He made himself nothing)로 번역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신성을 몽땅 포기했다는 뜻보다, ‘케노시스’(kenosis) 교리라고 부르는 신성은 그대로 있지만, 그 영광은 최대한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시고 그와 동시에 인간의 몸을 입으심으로 인성도 가지고 계십니다. 이를 ‘신인 양성’(神人兩性, God-Man)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비움의 영성’이란 하나님으로서 영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포기하고 감추신 것이므로 이어지는 8절 말씀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겸손의 영성’입니다.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8)
정원을 무척 아기고 돌보는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정원에 있는 모든 나무와 풀, 꽃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가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이 아침에 정원에 나가보니 모든 나무가 시들어 있었습니다. 이에 왕이 떡갈나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나무와 꽃들이 서로 자기가 다른 식물보다 못하다고 실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나무는 자신이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실망하고, 포도나무는 복숭아나무처럼 똑바로 서서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낙담하고, 제라니움은 라일락처럼 날씬하지도 못하고, 향기도 없다고 불평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시들어 있는 중에서 생기 있고 아름다운 꽃이 있었습니다. ‘팬지’(Pansy)였습니다.
그래서 왕이 ‘팬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팬지야! 다들 슬픔 속에서 시들어 가고 있는데, 너는 작은 꽃이지만 꿋꿋하게 자라는 것을 보니 짐의 마음이 매우 기쁘구나.’
이에 ‘팬지’가 ‘저는 원래 볼품이 없는 꽃이잖아요. 하지만 왕께서 떡갈나무나 소나무나 복숭아나무 혹은 라일락을 원하셨다면, 저를 뽑아 버리고 그들을 심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요. 그런데 왕께서 작고 여린 저를 심으신 것은, 저를 보시면서 마음에 평화를 느끼기 위해서라는 것도 알지요. 그래서 저는 ‘마음의 평화’(Heart peace)라는 제 꽃명처럼, 왕께서 저를 보시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시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이후 왕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더욱 팬지꽃을 아끼고 사랑했다고 합니다. 팬지 꽃 이야기처럼, 겸손한 사람은 어떤 외부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이웃에게 평화의 마음을 전해주는 사며 겸손한 인생은 행복합니다.
우리 예수님은 하나님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의 영광 다 버리고 사람의 모양으로 오시고, 왕가에 태어난 것도 아니라 가난한 목수의 집안에 태어났으며, 따뜻한 안방이 아니라 차디찬 마구간에서, 그것도 ‘누더기 포대’인 ‘강보’에 싸여 짐승들의 ‘죽통, 먹이통’인 ‘구유’에 뉘었습니다.
그리고 커서는 머리 둘 곳 없이 지내시면서도 빌립보서 2장 3~4절처럼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하시고, 우리를 위해 우리의 죄를 대신 하시기 위하여 십자가형 틀에서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저녁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한복음 13:14~15)
우리도 예수님께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신 ‘겸손의 영성’을 본받고 실천해야 합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