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공백 1개월은 계속근로, 공백 0일은 단절? 퇴직금 가른 기준

2026-03-17     송지나 기자
정진우

근로자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역시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 또는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지급·납입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의 판견들을 살펴보면 물리적인 근로 기간이 연속해서 1년을 넘는다고 해서 무조건 퇴직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수원지방법원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한 근로자에게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라며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는 것으로 판시했다.

해당 근로자는 회사와 2022년 3월부터 2022년 12월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공개 채용을 거쳐 동일한 사업에 참여하면서 2023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했다. 서류상 공백이 단 하루도 없었음에도 법원은 이를 단절된 근로로 본 것이다.

반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근로자들이 매년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고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 1개월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전체 근로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보고 퇴직금 청구를 인정했다.

무엇이 법원의 판단을 갈랐을까? 먼저 수원지방법원 사건은 해당 업무가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정부 주관 노인 일자리 사업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채용 절차 역시 단순 경력뿐만 아니라 세대구성, 공적 지원 수급 여부, 활동역량 등을 평가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참여자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경쟁 절차였던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2022년 12월 31일에 계약이 끝난 바로 다음날 2023년 1월 1일 계약이 시작되어 물리적 공백은 없었으나, 노인일자리사업 자체가 매년 1월 1일 시작해 12월 31일 종료되는 1년 단위 사업으로 명확히 구획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중도 포기 없이 1년 모두 근로를 제공한 다른 참여자들에게는 실제로 퇴직금이 지급되었다는 점을 들어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쓴 것이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사건의 경우 공개채용은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봤다. 공개채용절차를 거치기는 했으나, 서류전형에서 20년 이상 경력자에게 만점을 주거나 기존 종사자를 우대하는 등 사실상 기존 근로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변별력 없는 절차였다. 면접 역시 지원자들의 신상정보가 제공되어 기존 근로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일부 연도에는 채용 절차 없이 기존 기간제 근로자들을 일괄 재채용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러한 형식적 채용 절차가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근로관계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매년 발생한 1개월의 공백기간은 전체 근로계약 기간에 비하여 길지 않고, 업무의 계절적 특성이나 사용자의 편의에 의한 것으로 보고 해당 기간 중에도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두 사건 모두 표면적으로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법원은 겉모습이 아닌 실질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사용자가 1년 미만으로 단기 계약을 반복한 실질적 의도가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는지, 아니면 퇴직금 회피 의도 없이 1년 단위로 나뉜 정부 주관사업의 특성 때문이었는지가 승패를 가른 핵심이다.

독자들도 기간제 계약 반복이나 중간에 발생한 공백을 이유로 회사에서 퇴직금 지급을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면, 단순히 서류상 계약기간이나 물리적 공백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채용 절차와 계약의 실질적 성격을 따져보기를 바란다.

 

<정진우 노무사 프로필>
- 전북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現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