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교육·보육 현장 대표들이 던진 ‘유보통합’ 세 가지 질문

사립유치원 정금숙 회장 “상향 평준화인가, 하향 통합인가 방향 중요” 국공립유치원 김수진 회장 “공교육 정체성, ‘학교’로 명문화돼야 한다” 어린이집 문종구 회장 “형평성·현실 감안한 정책, CCTV 교체 지원도” “통합의 속도보다 방향·‘상향 평준화’ 원칙이 법과 예산으로 보장돼야”

2026-02-25     김복만 기자
어린이집·유치원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하나의 교육·보육체계로 묶는 유보통합이 2026년 완결을 위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유보통합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베이비타임즈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련 단체의 회장 3인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시리즈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수진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 문종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서울시어린이집연합회장, 정금숙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서울지회장 등 유보통합의 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집, 사립유치원, 국공립유치원교원 단체를 차례로 만나 현장의 진단과 제언을 들었다.

서울 교육의 최대 현안인 ‘유보통합’을 둘러싸고, 현장을 대표하는 세 단체장의 목소리는 유보통합 정책을 보다 정밀하게 가다듬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기 다른 제도와 역사, 운영 구조 속에 서 있는 이들이지만, 인터뷰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통합은 필요하다. 그러나 방향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 사립유치원 “상향 평준화인가, 하향 통합인가”

사립유치원 측은 정부가 제시한 유보통합의 기조에 원칙적 공감을 표하면서도,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상향 평준화’를 말하지만, 실제 제도 설계는 유치원의 ‘학교’ 정체성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근거한 공교육 기관이다. 교육과정, 교원 자격, 평가 체계 등에서 이미 ‘학교’로서 기준을 갖고 있다. 만약 통합 과정에서 유치원이 단순 ‘보육시설’로 재분류되거나, 교육과정 자율성이 축소된다면 이는 ‘본질적인 후퇴’라는 주장이다.

특히 교원 자격체계와 재정 지원 구조, 감사·평가 기준의 일원화 방식이 ‘동일화’가 아닌 ‘동질화’로 흐를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국공립유치원 “공교육 정체성은 명문화돼야 한다”

국공립유치원 대표로 인터뷰에 나선 김수진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보다 구조적인 질문을 던졌다.

유보통합 이후에도 유치원이 ‘학교’라는 법적 지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행정적 편의에 따라 재편될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요구다.

유아교육은 단순 돌봄이 아닌, 국가 교육과정에 기반한 공교육이다.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 학부모 신뢰의 기반은 바로 그 법적 지위에서 비롯된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제도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유치원의 ‘학교’ 지위 명문화와 교원 자격 및 처우의 상향 기준 통일, 그리고 교육과정 중심의 운영 원칙 유지이다

통합이 행정 효율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유아교육의 전문성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 어린이집 “형평성과 현실을 동시에 봐야” 주장

어린이집 원장들은 또 다른 결을 보인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체계에서 운영돼 온 어린이집은 돌봄 중심 체계 속에서 나름의 전문성과 현장성을 축적해왔다.

이들은 유보통합이 “교육 강화”라는 이름으로 일방적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 CCTV 설치 의무, 급식·안전 기준, 행정 보고 체계 등 이미 높은 규제를 받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제도가 설계된다면 현장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CCTV 정책과 관련해, 어린이집은 “책임은 강화하되 교권과 인권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는 필요하지만, 현장을 잠재적 가해 집단으로 전제하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 어린이집·유치원 세 대표의 공통 요구 사항

유보통합의 중요 축을 형성하는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등에 대한 인터뷰에서 드러난 세 단체의 입장은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통합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 ▲‘상향 평준화’라는 원칙이 법과 예산으로 보장돼야 ▲현장과 실질적 협의 구조 필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보통합은 단순한 부처 통합이 아니다. 대한민국 유아교육·보육 체계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축이 희생되거나 배제된다면, 통합은 이름만 남게 될 것이다.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련 단체장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보육 및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는 어떤 유보통합 정책으로 화답할지 주목된다.

특히 전국 보육 및 교육, 유보통합 정책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법적 안정성과 교육적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책무가 커 보인다.

유보통합은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에게 무엇이 최선이냐’의 문제다. 사립과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계를 넘어, 최소 기준을 끌어올리는 통합이어야 한다.

어린이집 및 유치원 관련 단체 세 명 회장의 인터뷰는 결국 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통합 이후, 우리 아이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배우고 돌봄 받을 수 있는가?”

정책의 성공 여부는 그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