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전보 발령, 정당할까?
최근 직장 내 괴롭힘 피신고인(이하 가해자)에 대한 원거리 전보 발령이 부당하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선고됐다(2024구합80217). 법원은 해당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근로자에게 생활성 불이익이 크며 사전 협의 등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 주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의무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를 분리조치 한 것인데, 법원은 왜 이를 부당하다고 봤을까?
먼저 전보 처분의 정당성에 대한 법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전보 처분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①업무상 필요성, ②전직 처분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형량하고, ③근로자와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가해자의 전보가 가해자와 신고인들을 분리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에 대한 과거 고충신고 내역, 가해자의 지역 연고, 그리고 관사 제공이나 전월세 보증금 대출, 통근버스 운행 및 전근 여비 지원 등을 통해 생활상 불이익 역시 크지 않아 전보 조치가 정당했다고 항변했다.
이러한 회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가해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중대하여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같은 판단에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회사가 가해자와 괴롭힘 신고인들을 분리하기 위해 가해자를 전보할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하필 ‘나주지사’로 전보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의 순환보직기준에는 가급적 원격전보를 최소화하고 전보 희망자, 승진자, 원격지 근무 미경험자 순으로 원격지 전보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가해자는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즉, 분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내 기준을 무시한 채 이루어진 인사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활상 불이익 역시 가해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근무지가 파주에서 나주시로 변경돼 사실상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전보로 인하여 약 월 100만원의 거주비에 교통비 등 부수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 삶의 저하가 명백했기 때문이다.
또 전보 과정에서 회사가 가해자에게 구체적 사정을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전보했다는 점 역시 부당 전보의 판단 근거가 됐다.
해당 판결을 통해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의 필요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수단인 전보 발령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가해자라 하더라도 인사 규정에 부합하고, 생활상 불이익을 고려한 최소한 합리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함을 시사한다.
<정진우 노무사 프로필>
- 전북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