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시교육감 선거’ 진영의 언어 아닌, 교육의 언어로 경쟁해야

/왕해전 국방신문 보훈기획본부장

2026-01-07     김복만 기자
왕해전

비판은 있었으나 대안 보이지 않았고 내란극복의 시대정신 망각

강민정 전 국회의원의 서울시교육감 출마 선언은 현직 정근식 교육감을 향한 강한 문제 제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그 비판의 방향과 내용은 서울교육이 처한 역사적 조건과 지난 1년 2개월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의문을 남긴다.

무엇보다 정근식 교육감의 임기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잔여 임기 1년 6개월이라는 과도기의 리더십이다. 이 기간은 새로운 실험을 과감히 벌일 수 있는 정치적·제도적 여유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교육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구조적으로 후퇴시키고 역사적 교육마저 퇴행으로 내몰던 시기였다.

특히 12·3 내란 사태라는 헌정 위기 국면 속에서 교육은 단순한 행정 영역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시민의 마지막 공공 영역으로 다시 호출되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정근식 교육감은 속도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방향을 지키는 정책을 선택했다. 이는 소극 행정이 아니라 교육을 정치적 격랑 속에서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지켜내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근식 교육감의 정책과 철학은 분명해 보인다.

첫째, 교육을 시민의 광장으로 복원했다.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강한 반대, 학교 민주주의, 토론과 숙의의 교육을 전면에 놓으며 교육을 다시 시민적 가치의 중심에 세웠다.

이는 단기 성과로 계량화하기 어렵지만, 내란과 극단 정치의 시대에 가장 절실한 교육의 역할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교육을 민주주의의 시민적 토대로 재정의하며 토론 교육, 시민교육을 강화하여 교육청과 지역사회, 자치구 단위의 공공 거버넌스로 풀어낸 점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자치구와 협력을 통한 교육 플랫폼 구축이다. 이는 학교에 과도한 정치적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교육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현실적 대안이었다.

셋째, 조희연 교육정책의 계승이다. 정 교육감은 혁신교육, 기초학력 보장, 교육복지의 큰 줄기를 유지하면서도 짧은 기간에 디지털·시민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급격한 단절이나 과잉 상징이 아니라, 진보진영 교육정책의 기본 골격을 지켜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강민정 전 국회의원의 서울시교육감 출마 선언은 정근식 교육감을 비판하면서도, 자신이 과거에 보여준 도선고등학교에서 ‘학교의 정치화’ 시도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은 제시하지 못하였다.

교사 출신이라는 이력은 중요한 자산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교육감 자격의 면허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사 출신일수록 지켜야 할 학교 공간과 사회가 감당해야 할 정치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강 전 의원은 정근식 교육감을 ‘관리형 교육감’으로 규정하지만, 그 관리가 무엇을 지켜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의도적으로 생략해 버렸다.

비판은 있었으나, 그 비판이 겨냥한 대상은 정책이 아니라 ‘자리’에 가까웠다. 또 현장 교사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했지만, 윤석열 집단의 교육 통제와 헌정 위기 속에서 교육감이 수행해야 할 정치적·시민적 역할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의 이재명 정부는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진보에 머무르지 않고 중도보수까지 포괄하는 확장적·실용적 국정 기조를 표방하고 있다. 교육 역시 이념이 아닌 민생·기초·공공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6월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가 다시 과거의 진영프레임으로 회귀하는 모습은 시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다.

교육감 선거는 ‘누가 더 새로워 보이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누가 교육을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 지켜낼 수 있는가의 선택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 전 의원의 출마 선언은 여러 문제점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교육의 성과와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 서울교육에 필요한 것은 단절의 언어가 아니라 계승 위의 혁신, 비난의 정치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하는 교육의 확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