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칼럼] 알렉산더의 초상화와 화가의 지혜
/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야고보서 1:5)
헬라의 알렉산더 대왕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 유명한 초상화 화가를 불렀습니다. 화가는 알렉산더 대왕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평생 전쟁터를 누볐던 알렉산더 대왕의 얼굴에 흉측한 칼자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가는 알렉산더 대왕의 얼굴에 있는 흉측한 칼자국을 그대로 그려서 그의 위대함을 ‘손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흉측한 칼자국을 그리지 않는다면 거짓 초상화가 될 수 있기에 화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을 책상 앞에 앉게 하여 팔꿈치를 책상 위에 대게 하고 손으로 턱을 고이게 하여 편하게 쉬는 모습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펴서 칼자국을 가리게 했습니다. 화가의 지혜가 본래의 모습을 손상하지 않고 멋진 초상화를 그려 낸 것입니다.
‘지혜’는 그리스어 ‘소피아’(σοφία)의 번역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가 자리를 잡아갈 때, 지중해 연안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언어는 그리스어입니다. 당시에 정치적으로는 로마 제국이 세계를 지배했으나 문화 언어적으로는 그리스 정신이 대세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성경이 기원전 3세기 중반 북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에서 그리스어 70인 역으로 번역되었고, 신약성경이 기원후 1세기 중반부터 2세기 초까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교부들의 글도 대부분 그리스어로 기록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소피아(지혜)를 최고의 가치라고 여겼으며, 소피아를 사랑하는 것을 가리켜서 ‘필로소피아’(φιλοσοφία)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필로소피아’는 어원으로 볼 때 물리학이나 사회학이나 신학처럼 논리적인 학문 ‘로고스’가 아니라 자신의 전 존재를 던지는 열정이자 사랑, 필로스입니다.
그래서 ‘소피아로지’(sophialogy)가 아니라 ‘필로소피’(philosophy)가 된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과 한국에서 사용하는 ‘철학’이라는 용어는 본래 그리스 사람들이 생각한 ‘필로소피아’와 맞지 않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소피아(지혜)’는 특별해서 어떤 신적인 차원에 속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공부 많이 한 똑똑한 사람이 무조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고, 학력이 낮고 어수룩하게 보이는 사람도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16년을 공부하고 석·박사를 많이 배출한 이 대한민국에 과연 지혜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자기 자신만 신뢰하고 아무것도 신뢰하지 않는 ‘자아 과잉’ 한 자를 기른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한스 큉(Hans Küng)이 ‘나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책에서 니체의 말을 빌려 ‘허무주의자’(Nihilisten)라고 한 것처럼, 겉으로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강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허무주의에 빠져 있는 이들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열 처녀 중에서 다섯 처녀는 미련했고, 다섯 처녀는 슬기로운 자가 된 이유 말입니다. 그녀들의 차이는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준비를 조금 ‘덜’한 것과 준비를 잘한 것과 ‘조금의 차이’(마 25:1~13)를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 같은 장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서(마 25:14~30) 한 달란트는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0억원에 가까울 정도로 큰돈입니다. 다섯 달란트 받은 사람과 두 달란트 받은 사람은 그 돈으로 이익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땅을 파고 그 돈을 감추어 이익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에 주인이 돌아와 한 달란트 받은 이에게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을 했습니다.
그는 과연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판단을 잘못했고, 결정을 잘못했으며, 행동을 잘못했습니다. 그래서 ‘눈앞의 이익’만 보며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혜 있는 자는 분별력이 있고 통찰력도 있으며 총명함도 있습니다. 그래서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같이 하여”(에베소서 5:15)라고 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주의 능력과 지혜를 받아 아직도 막혀 있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풀리지 않거나 열리지 않은 문제를 ‘에바다’의 축복으로 열어주시고 풀어주시고 뚫어주시기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