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포스코이앤씨 사태가 던진 중대재해 제재의 과제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만 다섯 차례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며 네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은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 규정하며 건설면허 취소, 영업정지 확대, 공공입찰 금지 등 가능한 모든 제재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는 다각도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포스코이앤씨의 등록 말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동법 제83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사가 등록기준에 미달하거나 부정행위, 기타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1명 이상 발생하더라도, 이는 ‘부실시공으로 구조물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등록 말소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등록 말소나 영업정지는 과도한 제재가 될 수 있어, 기업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규제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업은 기업대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안전사고는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러한 강력한 제재는 건설산업 전반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매출액 비율 과징금 부과 등의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산재가 반복되거나 중대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형태로 발의됐다.
그러나 이미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책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건의 판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현행 제도조차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과연 의미 있는 제재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사망사고가 아닌 ‘중대한 손해’의 경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한다면, 이는 기업 활동 전반을 위축시켜 근로자 고용과 일자리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매출액 비율에 따른 과징금 부과 방안은 자칫 기업들로 하여금 안전 리스크를 비용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즉, 현장에서의 안전조치 강화보다는 ‘사고도 과징금으로 무마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기업들이 안전컨설팅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기업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아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현실적 위협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실제 실형 선고율이 낮고 다수 사건이 집행유예로 그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금전적 제재 확대보다는 형사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형사처벌 수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 오히려 산업안전 투자와 기업 인식 개선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로서 가장 실효성이 기대되는 방안은 공공입찰 규제의 강화다. 최근 5년간 산업재해를 이유로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제재 사유 대부분은 계약 불이행에 국한되어 왔다.
현행 국가계약법 제27조 및 동법 시행령 제76조는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 즉 단일 사고에서 2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만 일정 기간 입찰 제한을 가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모두 ‘단일 사고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포스코이앤씨처럼 서로 다른 현장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해 누적 사망자가 4명에 이르더라도, 법령상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누적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거나, 더 나아가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한 경우 일정 기간 공공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들에 단 한 건의 사고도 결코 가볍게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동시에 반복적인 사고로 인한 국민적 불신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잇따른 사망사고 이후 전국 103개 현장의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 인천 제3연륙교를 비롯한 대형 공사까지 멈춰 서면서, 수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은 상태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근로자 역시 일자리를 위협받는다. 결국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다수의 산업재해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확인한 현실은, 건설현장에 여전히 뿌리 깊은 안전불감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늘 이렇게 해왔는데 문제없었다”는 안일한 인식, “작업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이유로 보호구 착용을 소홀히 하는 행태가 여전히 만연하다.
안전장치가 제공되더라도 근로자가 스스로 착용하지 않는다면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산재의 책임을 기업에만 돌리는 것은 온전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물론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동시에 근로자의 각성과 책임 의식도 절실하다.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보호구 착용과 안전수칙 준수를 철저히 요구하고, 관리감독자의 지시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작업 배제와 같은 실질적 제재 수단 마련도 필요하다.
기업만이 아니라 근로자 역시 자신의 안전과 일터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목숨을 위협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동료들의 생계와 일자리까지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력한 제도적 처벌과 함께,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경각심이 병행될 때 비로소 중대재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변호사 프로필>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부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TF 자문위원
- 現 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자문변호사
- 現 근로복지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 現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법률지원센터 전문위원
- 前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 前 서울글로벌센터 전문상담위원
- 前 (주) 제이앤비 자문변호사
- 前 법무법인 랜드마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