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그림책 교육에 대한 생각

2025-06-17     송지나 기자
방승범

최근 학교 도서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원래도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새로워진 도서관에는 더 자주 가며 더욱 즐거워한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년마다 선호하는 책은 다르지만, 학생들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그림책을 공통으로 즐겨 읽는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을 살펴보면, 전래 설화를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나 과학, 사회 등 어려운 지식을 시각적으로 쉽게 표현한 책 등 다양한 장르의 그림책이 눈에 띈다. 이들 책은 단지 재미에 그치지 않고 지식과 상상력, 공감까지 담고 있어 학생들이 자주 읽는다.

이는 초등학교 도서관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어린이 도서관에서도 그림책은 가장 많이 비치되어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책으로 꼽힌다. 아이들은 일반적인 문자 중심의 책보다 시각적 요소가 풍부한 그림책에 더 쉽게 접근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어린 시절 그림책을 참 좋아했다. 어려운 내용을 그림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그림만으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림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이해를 돕는 하나의 언어이자 감정을 전하는 창구였다.

최근 한국 그림책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의미 깊다. 2020년 한국의 그림책 작가 백희나가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메모리얼상(ALMA)’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으로, 상금만 해도 약 6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문학상이다.

하지만 이 상의 의미는 단순한 돈이나 명예에 있지 않다. 이 상은 아동문학이 사회적 약자, 소수자, 다문화, 환경, 공감 등의 주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세계 아동문학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상이다. 그런 점에서 백희나 작가의 수상은 한국 그림책이 세계 문학의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백희나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 데뷔작인 ‘구름빵’이 있다. ‘구름빵’은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하늘을 나는 고양이 남매의 이야기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장수탕 선녀님’은 세대 간의 따뜻한 교감을 유쾌하게 그려냈으며, ‘알사탕’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탕을 통해 공감과 관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이야기로, 실제 연극 무대에서 공연될 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2022년에는 이수지 작가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했다. 이 상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2년마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각 1인을 선정한다. 이수지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있어 아이들이 내용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과학이나 사회처럼 개념이 어렵고 설명이 필요한 과목에서는 그림책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태양계의 구조나 지구의 자전과 공전과 같은 개념은 글로만 설명하면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림과 함께 보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고, 개념도 빠르게 정리된다. 이처럼 그림책은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 주며,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느끼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환경이나 사회 문제와 같은 아이들에게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도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풀어 준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이 겪는 갈등이나 사건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그림책 ‘플라스틱 섬’은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배경으로 한다. 이 책은 플라스틱이 바다 동물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 해양 생태계가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이야기 속에 담고 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플라스틱 섬’을 읽고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쓴 글을 보니 “플라스틱 때문에 동물이 다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환경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와 같은 내용이 많았다. 그림책 한 권이 아이들이 환경 문제를 더 가까이 느끼고, 스스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림책은 등장인물의 표정, 행동, 상황 등을 그림으로 자세히 보여 준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글만 있을 때보다 인물의 감정을 더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다. 누가 기분이 좋은지, 속상한지,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그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읽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힘을 길러 준다. 특히 친구와의 갈등, 가족 간의 오해, 이별처럼 감정이 중요한 이야기에서는 그림책이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그림책은 국어나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설화, 고전문학, 과학, 안전교육,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그림책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문학적인 감성과 더불어 지식과 정보에 대한 관심도 함께 키워나간다. 교과마다 따로 배우던 내용을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사고하고 연결하는 힘, 즉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그림책은 단지 어린아이를 위한 ‘쉬운 책’이 아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키워 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혀 준다. 말과 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주는 언어의 창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학교나 도서관을 넘어, 교육의 다양한 현장에서 그림책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그림책, 이제 우리 아이들도 더 자주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서울경인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