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출산율 1.4까지 올려야 韓 경제 지속 가능”

14일 GEEF 기조연설…“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문제 커” “현재 출산율 0.75이면 2050년 한국 경제 역성장할 수도” “청년층 결혼·출산 기피 현상 주요 원인, 높은 경쟁 압박”

2025-03-14     김복만 기자
이창용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낮은 출산율이 계속 이어지면 2050년대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출산율 1.4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14일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 기후변화와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5로 지난해(0.72)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현재 수준이 지속할 경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후반 0%대로 하락하고 2050년대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현재 출산율 0.75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인구는 5170만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하지만, 출산율이 1.4인 경우에는 50년 후 인구가 현재의 83%인 43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두 경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매년 0.4%포인트(p) 격차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 총재는 저출생이 지속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 46.9%에서 50년 후 182%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하고, 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의료·돌봄 등 재정지출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부양부담이 급증하게 된다”며 “출산율이 낮아지고 경제상황이 악화하면 포퓰리즘의 유혹에 쉽게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이 정체되면 분배 여건이 악화하고, 세대간·계층간 갈등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기 위한 현금지원과 같은 재정정책을 추진하려는 유혹이 커질 수 있다”며 “이러한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정만 낭비하면서 국가채무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출산율이 0.75 수준을 유지할 경우 50년 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82%이며 출산율이 1.4 수준일 경우 채무비율은 163%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9%다.

이 총재는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 현상과 낮은 출산율의 주요 원인으로 높은 경쟁 압박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꼽았다. 수도권 집중 현상도 한 원인으로 짚었다.

한국의 인구·GDP·일자리 수도권 집중도는 50%를 넘어섰으며 결국 청년들은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었고, 지역경제는 활력을 잃고 많은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저출산율 0.75, 과도한 수도권 인구 집중, 입시경쟁 과열, 이 세 가지 문제는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서로 깊이 연결됐다”며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인구소멸,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갈등의 폭발, 그리고 청년들의 기회 및 자신감 상실 등 우리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작용이 현실화될 가능성 크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거점도시 육성과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거점도시 육성은 국가의 제한된 정책 지원을 2~6개 핵심 지역에 집중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입학 정원의 상당 부분을 해당 지역 학령인구 비율에 맞춰 선발하는 제도로,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