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딥페이크나 합성 사진만으로 모욕죄에 해당할까

2024-12-23     송지나 기자
배성재

형법상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공연히’라는 말은 모욕행위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아닌 특정 개인이 모욕행위를 인지했어도, 모욕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다면 공연히 모욕행위를 했다고 본다.(대법원 99도5622 등)

구체적으로 A가 B, C 등에 대하여 ‘사이비 기자’, ‘너 이 XX 왔구나!’ 등 언행을 한 사안에서 ① A가 B, C 및 B, C의 딸·사위·매형만 있는 방에서 이러한 말을 한 점 ② A가 B, C와 자녀들 간 결혼 문제로 감정이 격화되어 이러한 말을 한 점을 고려할 때 B, C 및 B, C의 딸·사위·매형이 스스로 혹은 자신의 친척에 대한 모욕적 언행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가능성이 없으므로 공연히 모욕했다고 볼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대법원 83도49)

반대로 D가 개인 블로그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E와 일대일 대화를 하여 해당 대화를 이유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비록 E가 D와의 대화를 비밀로 지키겠다고 약속했더라도 E가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므로 공연성이 있다고 봤다.(대법원 2007도8155)

‘모욕’은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추상적 판단 혹은 경멸적 감정을 표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모욕과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사실’을 대조하면 그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의 사실은 시간과 공간적으로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표현으로 증거에 의해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목사가 예배 중 어떤 사람을 보고 “이단 중의 이단이다”라고 발언했다면, 이단인지는 정통 교리에 반하는지를 놓고 교인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입증 가능한 사실이 아니다.(대법 2007도1220)

모욕 행위는 반드시 말로만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침을 뱉거나, 뺨을 때리는 행동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욕설은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래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러했다.

대법원은 F가 택시 기사와 요금 문제로 시비가 벌어져 112에 신고를 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늦게 도착했다는 점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아이 XX!”라고 욕했던 사안에서, F가 한 욕설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F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말이므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추상적 판단이 아니라고 봤다.(대법원 2015도6622)

다만 공연히 모욕 행위를 했더라도 법령, 업무 등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형법상 정당행위 규정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인터넷 신문사 소속 기자 G가 작성한 기사에 대해 H가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고 댓글을 단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① 기레기는 기자인 G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추상적 판단 혹은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행위가 맞지만 ② 기사 게재 이전 MBC에서 특정 자동차 부품이 안전하지 않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고 이후 G가 해당 자동차 부품의 장점을 밝히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여 H뿐만 아니라 기사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이 많았고 ③ H가 단 댓글은 방송 내용을 근거로 G가 작성한 기사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므로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H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대법원 2017도17643)

그렇다면 욕설이나 비방 없이 다른 사람의 딥페이크나 합성 사진을 만들어서 이를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가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I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보험 관련 방송을 진행했고, J는 I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보험설계사로 근무했던 자로서 I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보험 관련 방송을 진행했다. I는 2020년 9월 9일 J가 진행하는 보험 관련 방송의 방송 화면을 캡처한 후 J의 얼굴에 두꺼비 사진을 합성했다. I는 이 사진을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이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갈렸고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24도6183)

1, 2심 재판부 모두 I가 합성 사진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 시청자에게 보여준 행위가 공연성이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I가 합성 사진을 보여준 행위만으로 J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두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다른 모욕적 표현 없이 J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한 사진만으로는 모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7049)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우선 모욕의 수단과 방법에는 제한이 없어서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해 표현하더라도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다면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그리고 ① I와 J가 평소 서로 비판 또는 비방하는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점 ② I가 몇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두꺼비처럼 생긴 XX 있어요, 아주 상태 안 좋은 XX야.”, “두꺼비 그 XX 있죠, 제주도 사는 XX 하나 있어요.”, “두꺼비는 원래 습하고 더러운 데 있잖아요, 그렇죠? 드러운 X이니까 그렇습니다.”와 같이 J를 두꺼비에 빗대 표현해왔다는 점을 종합하면 I가 J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한 사진을 방송에 노출시킨 행위만으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I는 J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한 행위는 J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일종의 가면으로 두꺼비를 합성했으므로 모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 단순히 J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라면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등 일반적 방법으로도 충분한 점 Ⓑ I가 J의 얼굴이 드러난 방송 화면을 자신의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 점을 종합하면 I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노676)

대법원은 I가 J의 얼굴에 두꺼비를 합성해 이를 방송에 노출시킨 행위는 I가 J의 얼굴을 가려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두꺼비 사진을 수단으로 J를 모욕했다고 보고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 I 모욕죄 혐의를 인정했다.

위 판결 이전, 대법원은 타인의 얼굴에 개를 합성하여 인터넷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사안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다소 해학적으로 표현하려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경우(대법원 2022도4719)도 있다.

따라서 딥페이크나 합성 사진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사진을 만든 사람과 그 대상 간 관계 및 합성 사진의 내용을 고려하여 모욕죄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 現 강북노동자복지관 법률상담위원(2024.4.~)
- 前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