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세기의 이혼 소송, 위자료 액수에 영향 끼칠까

2024-06-19     송지나 기자

손해배상에서 인정하는 손해는 크게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뉜다. 재산적 손해에는 기존 재산의 감소를 의미하는 ‘적극적 손해’와 장래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인 ‘소극적 손해’가 있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 일용직인 A가 교통사고를 당해 8주 동안 입원했다면, A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적극적 손해이고, A가 8주간 치료하느라 받지 못한 일당은 소극적 손해가 된다.

이런 적극적, 소극적 손해를 제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돈을 위자료라 한다.

일례로 계약을 체결한 양 당사자 중 일방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채무불이행) 그 상대방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판례는 원칙적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한 재산적 손해에 대해 배상했다면 그것만으로 정신적 고통은 충분히 회복됐다고 본다.

다만 여러 사정을 살펴봤을 때, 계약 상대방이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채무불이행 당사자도 상대방이 그러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경우라면 정신적 고통에 대해 별도로 위자료를 인정한다.(대법원 2007다18959)

그래서 위자료는 통상 타인이 피해자에게 일부러 또는 실수로 법을 위반해 손해를 끼친 경우(불법행위)에 인정된다.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는 법에 정해진 기준이 있지는 않고,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법원이 결정한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피해자의 나이,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정신적 고통의 정도, 과실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가해자의 태도 등을 살핀다.(대법원 2020다206564) 즉, 위자료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사안별로 융통성 있게 금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교통사고, 산업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법적 기준은 아니지만 실무상 참고하는 기준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교통사고·산업재해 손해배상 전담재판부에서 2015년 3월 1일 이후 적용한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신의 잘못이 전혀 없는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인정되는 위자료는 1억원이다.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있다면 1억원×[1-(과실비율×6/10)]로 위자료를 산정한다. 이 기준에 따를 때 피해자 과실이 50%인 경우 위자료는 7000만원이다.

부부 중 결혼 생활이 끝나게 된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유책배우자라고 한다.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은 유책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위자료는 부부가 결혼하여 살면서 형성한 재산을 나누는 재산분할과는 별개이다.

이혼 소송의 위자료도 유책배우자가 불륜과 같은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하며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양 당사자의 연령과 재산 등을 고려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한다.(대법원 87므5)

이혼 소송의 위자료는 교통사고, 산업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처럼 실무상 참고하는 기준이 있지는 않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연수원이 2008년 발간한 ‘가사사건의 제문제’라는 출판물에서 2004~2006년 서울가정법원 판결 중 이혼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를 분석하여 산정한 기준은 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부부의 연령, 결혼 기간, 자녀 수, 민법이 규정한 이혼 사유 중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위자료가 인정된다.

여기에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로 사망한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위자료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 이혼 소송에 따른 위자료는 그동안 1억원이 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SK그룹의 총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의 제2심 재판부는 2024년 5월 30일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약 1조 3800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간 이혼 소송 제1심 재판부가 위자료로 1억원을 인정한 것을 고려하면 제2심에서 위자료만 20배 증액됐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2009년 5월 초부터 상간자를 만났고 2010년경 상간자 사이에서 혼외자를 갖게 됐으며 2011년부터 노소영 관장과 별거했다고 봤다.

또 최태원 회장이 2015년 12월 29일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상간자와 혼외자가 있으며, 노소영 관장과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히고 나서는, 노소영 관장과 결혼 관계는 그대로 둔 채 상간자와 재단을 설립하고 공개 석상에 동석하는 등 상간자를 마치 배우자와 같이 대우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최태원 회장에 대해 ‘장기간 부정행위를 하고 공식화하는 등 헌법상 혼인 제도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노소영 관장이 2009년경 유방암 판정을 받았는데 당시 최태원 회장은 상간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혼외자까지 얻어 노소영 관장에게 작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더해 최태원 회장이 이혼 소송 1심 선고 이후 노소영 관장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으면서 노소영 관장과 별거 이후 상간자를 위해서 약 219억원 이상 지출했다고 봤다.

이혼 소송 제2심 재판부는 이러한 근거를 들어 제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가 너무 적으므로 노소영 관장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위자료 액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에서 과실이 전혀 없는 피해자나 불륜 행위가 명백한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에게 위자료로 최대 1억원이 인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혼 소송 위자료로 20억원이 인정됐다는 사실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됐다.

최태원 회장이나 노소영 관장 같이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이혼하는 경우에 비해 위자료 액수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물가 및 국민의 전반적인 소득 수준의 상승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즉, 위자료의 암묵적인 상한선인 1억원은 이제 정신적 손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충분한 배상이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유책배우자의 불륜 행위 등에 대해 위자료를 증액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태원 회장은 이혼 소송 제2심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법원에서 제2심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액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추후 다른 사건에서 위자료의 암묵적 상한선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세기의 이혼 소송이 가져올 파장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