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집단적 동의 필요
상시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93조의 필수적 기재 사항을 담은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장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회사에서는 채용, 인사, 복무, 근로시간 등 근로자에게 통일적인 근로조건이나 제도를 규율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정비하는데, 법령의 제·개정, 사업장 내부 제도 변경 등 취업규칙의 내용을 변경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될 경우 반드시 근로자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효력이 있다.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법원은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이 요구하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해왔다.
이에 대해 2023년 5월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 판결은 종전 판례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고 헌법 정신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다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취업규칙 변경이 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유효하다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제시했다.
여기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다음과 같다.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것을 말한다.
단 이러한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법리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이는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폐기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유효효건인 “근로자 집단적 동의”가 더욱 명확해졌다. 다만 근로자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 예외적으로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 있도록 한 바, 헌법과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도록 변경된 해석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가 더욱 명확졌으므로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위한 노사간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지혜 노무사 프로필>
- 홍익대학교 법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