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문용린 서울교육감의 과제
[교육칼럼]문용린 서울교육감의 과제
  • 한재갑 교육 전문
  • 승인 2012.12.21 10: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서울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 단일후보를 표방한 문용린 후보가 당선됐다. 문 교육감은 20일 취임식을 하고 1년 6개월간의 서울교육감 직무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에서 문 교육감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혁신학교 등 이른바 ‘곽노현 혁신교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진보진영의 단일후보인 이수호 후보에 대해서는 전교조 위원장, 민노총 위원장 출신이라며 서울교육을 교육노동운동가에게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선거를 정책대결보다는 지나치게 이념대결로 끌고 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민이 문용린 후보를 서울교육감으로 선택한 것은 혼란과 갈등을 거듭해 온 서울교육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교육의 본질에 따라 교육행정을 펼쳐줄 것을 기대하는 표심이 반영된 결과이다. 따라서 서울시민의 50%가 넘는 유권자가 지지를 보내준 만큼 문 교육감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문 교육감이 해결할 과제는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대립하며 갈등을 빚어온 교육계를 소통을 통해 협력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전임 교육감들이 겪었던 교육계의 갈등을 답습하지 않고, 서울교육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특히 서울교육청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정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회에서 내년도 예산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만큼 조기에 서울교육예산을 검토해 서울시장과 의회의 협조를 구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문 교육감은 선거 과정은 물론 당선 후에도 밝혀왔듯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육의 본질 회복’ 원칙에 충실한 교육행정을 구현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는 물론 교육행정조차 정치권의 정파적 이해관계나 이념대립에 휘둘렸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교현장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고교선택제 개선 등 몇 가지 정책에 대해서는 문 교육감이 다른 입장을 보여 온 만큼 면밀하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폐지, 수정·보완, 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입장이 다르다고 무조건 폐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거공약을 재검토하고, 실행방안을 실효성 있게 구체화하는 일도 문 교육감이 해결할 과제이다. 문 교육감은 중1 시험 폐지, 소규모학교 도입, 유아 및 고교 무상교육 실현, 교사의 긍지와 보람 회복, 독서활동 강화, 도덕·인성 교육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현 정부나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정부와 마찰을 빚을만한 정책이 없는 것은 다행이다. 다만, ‘중1 시험 폐지’ 공약은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있지만 과외 유발과 현실성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재검토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문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고, 교육학자로서도 인정받는 교육전문가이다. 그런 문 교육감이 교육개혁위원회나 교육부 장관을 할 때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 주체로 세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교육감으로서 교사의 자발적 열정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서울교육감은 ‘교육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유치원 및 초·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2300여 개의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와 교원 8만여 명을 관리·감독하고, 예산만 해도 7조 원이 넘는다. 그동안 서울교육감들은 ‘교육대통령’은 고사하고 비리에 연루되거나 정치교육감이라는 오명을 쓰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번에 선출된 문 교육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하고, 교육 본질에 충실한 교육행정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