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임감사에 정권 보은인사 ‘활개’
금융권 상임감사에 정권 보은인사 ‘활개’
  • 김복만
  • 승인 2015.03.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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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기업은행 이어 KB국민은행 감사도 넘봐

전문가 “정치권 개입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정치권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금융회사의 자산을 감독하는 상임감사 자리에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들을 잇따라 앉히면서 ‘정치금융’ 논란이 커지고 있다.

KB금융은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지난 1월 초 자진 사퇴한 후 정치권의 인사 개입으로 석달째 정 감사의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최후보루 ‘상임감사’ 정치권 눈독 = 자산 규모 304조원으로 국내 최대인 국민은행의 상임감사 자리가 정치권의 간섭 때문에 장기간 비어 있는 것은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금융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상임감사는 금융기관의 2인자로서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수백조원의 금융자산을 감독하고, 경영을 감시하고 내부 비리와 부조리를 적발하는 막중한 자리여서 금융회사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이 수백조원인 거대 금융사에서 상임감사 자리가 수개월째 비어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국민은행 상임감사 임명이 지연되고 있다면 ‘정치금융’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자산이 278조원에 달하는 우리은행 감사에는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가 최근에 선임됐다. 정 감사는 금융감독원 산하 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면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다.

자산 규모 230조원으로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 감사에는 ‘낙하산 인사’라며 노조가 극심하게 반대한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에 감사위원회를 만들어 감사위원을 대거 내려보낸 데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인물이나 대선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을 속속 금융권 수장으로 임명하고 나아가 상근감사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거에도 관치금융이 있었지만 적어도 정부가 철학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금은 금융사 CEO와 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금융사 감독체계상 ‘갑을관계’가 주요 이유 = 금융권이 막중한 책무를 진 감사 자리에 금융 경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인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정치권과 정부,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감독체계상 약자인 ‘을’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감독 체계의 ‘갑’이라는 막강한 힘을 이용해 대선 캠프 인사들의 자리 챙기기를 넘어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전직 국회의원이나 대선 캠프 출신을 앉히려는 노골적인 인사 개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금융이 늘어난 데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에 대해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근감사에 대한 자격 기준은 없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정치권 출신의 이른바 ‘정피아 감사’가 대거 금융권에 내려오고 있지만 이를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 감사 자리에 정치권 출신이 잇따라 진출하고,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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