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CCTV는 범죄자와 감시자들을 싣고
[조영임칼럼] CCTV는 범죄자와 감시자들을 싣고
  • 온라인팀
  • 승인 2015.02.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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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임 수원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 일단 반가운 일

인천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마치 배신당한 듯 발칵 뒤집혔다. 이 사건을 보는 엄마들은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아이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안맡길 수도 없고 맡기자니 불안하니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이도저도 어쩌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만 흐르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마침 오는 3월부터 전국 어린이집에서 CCTV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방안이 국회에서 사실상 확정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단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의 사태들을 보면서 문득 몇 년 전 흥행되었던 ‘감시자들’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는 고도로 정보화되고 네트워크화 돼가는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정보와 단서를 토대로 범죄에 대한 감시만을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 조직 ‘감시반’이라는 최초의 소재를 다룬 영화이다. 거리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CCTV는 도심 곳곳을 비추고, 스마트폰은 소지자의 움직임마저 실시간으로 저장한다.

이 영화를 보면 감시반의 모든 임무는 감시에서 시작해 감시로 끝나고 허락된 임무 외에는 개입이 불가능하며, 신분이 노출되는 즉시 임무에서 제외되는 철저한 수칙 하에 움직인다.

범인이 눈앞에 있어도 잡을 수 없고 오직 감시만을 담당하는 특수조직이라는 ‘감시자들’만의 특별한 설정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이 영화의 배경은 평범한 일상을 오가는 도시의 군중들 속이었고, ‘감시자들’은 특정 캐릭터나 사건을 중심으로 극을 이끄는 기존의 범죄 형사물과 달리, 신분을 숨긴 채 오직 눈과 기억으로 목표물을 쫓는 감시 전문가들과 그들의 감시망을 피해 완벽 범죄를 이어가는 비밀스런 범죄자 간의 팽팽한 추적이 더해져서 범죄 액션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번 어린이집 내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감시 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보육시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해온 정부·여당과 야당이 모두 찬성 입장을 밝힘으로써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경우뿐이 아니라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2012년에도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폭행 장면이 논란이 된 이후에도 어린이집에 실시간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들 하였고,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되자 교육당국은 교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놓기도 하였다.

CCTV 설치에 앞서 교육자의 역할 먼저 생각해야

거리, 학교, 공공기관, 공원 할 것 없이 범죄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등장하고 있는 것이 CCTV인데, 이는 그만큼 일반인들이 CCTV를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다.

과연 CCTV와 범죄율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CCTV가 가장 많이 분포된 서울시 강남구의 CCTV 효과성 분석에 의하면, 경찰청의 주요 범죄통계 분류방법인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중 다른 범죄들은 우발적인 것이 많아서 CCTV로 상관관계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강간이나 절도가 CCTV 설치 이후 감소하였다고 하며, 이로 인해 주변 지역의 범죄율까지 낮추는 효과도 발생하였다고 한다.

물론 CCTV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범죄의 이익과 체포의 위험성, 형벌의 손해 등을 비교해서 범죄를 실행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확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자는 단지 CCTV의 가시권을 벗어나서 ‘걸리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범죄의 장소를 특정 짓는 효과만이 발생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실, 우리나라 어린이집 교사들은 박봉에 그래도 사명감 하나로 밤낮을 가리지 않았으나 이번 사태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아마 어린이집 교사들이나 운영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100%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CCTV 설치에 의존하려는 방법 외에는 학부모들의 분노를 잠재울 달리 뾰쪽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물론 개인 프라이버시 등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말이다.

그런데 CCTV가 영화에서처럼 감시자와 범죄자의 역할로 되어버린다면 문제는 영영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어린이집의 교사나 운영자들을 범죄자로 간주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문제는 CCTV의 댓수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CCTV가 아무리 많은들 ‘감시자들’을 피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CCTV 이전에 교육기관이라면 교육이란 무엇인지, 교육자의 역할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초중고, 대학, 학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어디 교육기관 뿐이겠느냐마는 CCTV가 있으나 없으나 서로 안심하고 신뢰하는 그러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 / 조영임 수원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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