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부출신 CEO’ 시대 본격 개막
금융권 ‘내부출신 CEO’ 시대 본격 개막
  • 허경태
  • 승인 2015.02.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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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KB 등 내부 출신 CEO 속속 선임

경영 안정 기대 속 내부 권력화 우려도

[베이비타임즈=허경태 기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내부 출신 인사들로 세워지면서 금융권에 ‘내부 CEO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등 4대 금융그룹의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들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워진 가운데 주요 금융그룹들이 잇따라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금융그룹들의 내부승계 프로그램이 내부 권력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와 배타적 승계구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관피아’ 등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경영의 안정을 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내부 승계 프로그램’ 속속 마련
= 지난해 극심한 내분과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겪은 KB금융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안정적인 CEO 승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최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11년에 내부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이어 2012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내부 경영진 위주의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KB금융지주가 마련한 내부 승계프로그램의 특징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 현직 회장과 경영진에 우선권을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사진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개선안을 보면 현직 회장에 연임 의사를 먼저 타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직 경영진이 경영 승계에서 우선권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그룹 회장, 은행장, 계열사 사장 등은 경영 승계의 ‘1차 후보군’으로 고려된다. 이에 따라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연임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취임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2013년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2012년 CEO 자리에 오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23일 연임 고지에 올라섰다.

주요 금융그룹의 내부 승계 프로그램의 정착은 '내부 CEO 전성시대'라고 부를만큼 금융권 전반적으로 유능한 내부 출신 인사의 등용 문화를 낳고 있다. 내부출신 중용이 추세가 되면서 CEO 후보에 대부분 내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회장 후보 모두 내부 출신 인물들이었으며,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들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임영진 신한은행 부행장 등 모두 내부 출신이다.

◇독립적 이사회 구성·주주 견제 필요
= 내부 출신 금융회사 CEO 시대가 열리면서 민간주도의 지배구조를 확립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제왕적 권력구조’를 만들어 내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통한 CEO 독주 견제고 주주의 감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권력구도 악용사례로 신한금융을 꼽을 수 있다.

신한금융 라응찬 전 회장은 2005년 지주사 사장직을 맡고 있던 최영휘 전 사장을 해임한 데 이어 2010년에는 그룹의 2인자였던 신상훈 전 사장을 쫓아냈다. 2인자를 두기 싫어하는 라 전 회장의 심리가 발동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2011년 취임 후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는 내용의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가 2013년 한 회장의 연임 당시 경쟁 후보가 이의를 제기해 이 조항을 없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확립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너 서클’처럼 배타적인 승계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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