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아이 키우기 “어렵지 않아요~”
아르헨티나에서 아이 키우기 “어렵지 않아요~”
  • 이현아
  • 승인 2012.12.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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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한국문화체험에 참여하고 있는 엘레나(전엘레나, 11세)는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란 한인 동포 어린이다.

엘레나는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까지 3개 국어를 구사한다. 여의도 KBS 방송국 견학 중 기자와 만난 엘레나는 유창한 한국어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한국에서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대학교는 한국에서 다니겠다. 의상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뒷줄 맨 왼쪽이 전엘레나양, 맨 오른쪽에서 두번째 여성은 이은주씨, 맨 뒷줄 오른쪽 끝은 구광모 이사장.

 

목회자로 아르헨티나에서 엘레나를 낳은 이은주 씨는 현재 국제학교 2․3학년 담임으로 이번 한국문화체험에 동참했다. 엘레나의 보호자인 동시에 한국학교 학생 18명의 인솔자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씨에게 아르헨티나에서 한인 자녀 키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르헨에서 3개국어는 기본이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에는 현재 600여명의 한인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1997년 병설유치원으로 출발한 유치부에도 170여명의 영유아가 등록돼 있다.

“남미지역이 다들 그렇듯이 아르헨티나의 한인 엄마들도 대부분 맞벌이라서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아직도 ‘식모’라고 부르는데, 현지인 도우미를 쓰는 경우도 있죠. 또 한인교회의 보육 프로그램도 이용하고요.”

만일 국제학교에 인접한 지역에 살고 있다면 국제학교 유치부부터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한인들이 개별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양육한다. 교육열은 무척 높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엄마들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교육이나 의료 모두 무상시스템이 돼 있어 돈을 들이지 않기로 작정하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아이를 키울 수 있지만, 한인 부모님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세요. 학교도 교육 질이 높은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하고, 방과후에 예체능 학원이나 과외도 하고요.”

한인 엄마들의 교육열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한인 2세 어린이들의 다국어 능력이다. 국제학교에서는 이미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등 3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내년부터는 중국어도 교육과정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런 교육열 때문에 현지의 한인 2,3세가 누리는 사회적 지위도 높은 편이다. 이민 1세대가 의류사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면 2세대와 3세대는 의사, 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아이들이 2세나 3세가 되면 한국어를 가르쳐요. 엘레나도 3세 때 한국어를 가르쳤어요. 신기하게도 하루 종일 꼼짝도 않고 책을 보더라고요. 수개월 후에는 한국어를 할 줄 알게 됐어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니까 엄마들이 보기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해외에서 사는 한국아이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다른 부모님들을 만날 때도 그런 부분을 많이 말씀드려요.”

▲ 한국을 방문한 아르헨티나 국제학교 한국문화체험단이 충청남도 외암민속마을을 찾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위험성이 잔존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집에서 학교를 오가는 길에는 도처에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문화체험단으로 함께 한국을 방문한 성현이(홍성현, 10세)도 지난해 3살 위 언니가 강도를 만났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국제학교 구광모 이사장은 “치안이 많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업이 끝난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보내고 나면 늘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무한한 가능성과, 높아지는 한국인의 위상, 또 한국에서는 결코 마주할 수 없는 대자연의 풍광과 다양한 인종 간의 사회적 경험 등이 높은 가치로 여겨진다.

아르헨티나 한국국제학교는 한인 어린이들이 한국의 문화와 현지의 문화를 균형감 있게 받아들이고 두 개의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매개자가 될 수 있는 데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구 이사장은 “국제학교를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로 건너오는 젊은 이민자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은 도시”라고 소개했다.

낙엽이 떨어지자마자 또 다시 꽃이 핀다는 남미에서 모국을 찾아 한국에 온 어린이들. 연수 내내 눈이 많은 한반도의 날씨에 한껏 들떠 저마다 한국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체험단은 제주도부터 임진각까지 한반도의 명소들을 둘러본 후 21일 아르헨티나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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