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어른, 좋은 어른《어른》
[그림책을 보다] 어른, 좋은 어른《어른》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3.15 13: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동성 이치훈 작사, 곽수진 그림, 언제나북스, 2022년 12월 (이미지=언제나북스 제공)
서동성 이치훈 작사, 곽수진 그림, 언제나북스, 2022년 12월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봅니다. 그것보다는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재미있는 TV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참을 웃고 떠들고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하루를 끝맺으며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봅니다. 나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요.

좋은 사람, 유머 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 등 다른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오늘을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나 자신에게 충실한 하루를 살았을까요. 좋은 사람으로 산다는 건 어떻게 사는 걸까요? 궁금하기만 합니다.

 

어른 본문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어른 본문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굉음을 내며 지하철이 지나갑니다. 수많은 불빛을 등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지안은 고개를 들어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고단한 하루는 끝나가는데 눈물을 삼키지 못합니다.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다고 여깁니다. 어둠과 비슷한 지안은 어둠 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둠이 그녀를 삼켰는지 희미한 옷 선만 보일 뿐 지안은 스미는 어둠과 같은 색입니다.

그런 지안에게 손 내미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다른 지안이 저 멀리 빛나는 밝은 빛을 보라며 손잡고 나아갑니다. 꿈을 잃지 말라고, 또 다른 내가 위로하고 있으니 잠시만 쉬고 다시 나아가라고 다독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그녀가 보입니다. 주변에 물들어 보이지 않던 지안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 긴 시간 애벌레와 번데기로 지낸 것처럼 어둠 속에서 지낸 지안은 이제야 편안함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지안 앞에 놓인 작은 세상이 어떤 미소로 화답해 줄지 보고 싶습니다.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유난히 힘들던 하루 끝에는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노래를 찾아 듣습니다. 서글프다 못해 처절하게도 들리는 가수의 목소리는 나를 드라마 속 주인공과 겹치게 만듭니다. 용케 버텨낸 하루가 기특하다며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모두가 아름다운 나비만 바라보는 세상에서 애벌레와 번데기로 보낸 나를 괜찮다며 안아줍니다. 버티면 나비가 될 수 있다고 알려주진 않아도 버틸 힘을 주려는 그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를 위로해 주는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편안한 건 사람입니다. 사람에게 받는 위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말없이 건네는 차 한 잔, 기댈 수 있게 빌려준 어깨, 내 투덜거림을 끝까지 들어주며 보이던 미소는 힘들 때마다 떠올라 버틸 수 있게 해 준 힘이 되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위로받았듯이 나도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합니다.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한 시선을 건네고, 모나지 않은 말과 진심 어린 조언, 돌아가는 뒷모습을 지켜봐 주는 것,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보이려는 겉치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흡족하게, 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대하는 것이 좋은 어른이 되는 모습이라 여기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고,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좋은 어른으로 사는 삶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과 마무리하는 저녁에 늘 다짐합니다. 더 좋은 어른을 만나고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요. 아니 진짜로 좋은 어른이 될 것이라고요.

‘세상의 모든 이지안’이 편안함에 이르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냅니다. 편안함에 이르도록 이끌어준 ‘세상의 모든 어른’이 가꿔나가는 ‘나의 아저씨’의 세계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