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밤의 교실》
[그림책을 보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밤의 교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3.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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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아 글·그림, 샘터, 2020년 4월
김규아 글·그림, 샘터 출판, 2020년 4월. (사진=샘터 제공)

나이가 들어가니 한두 개 보이던 흰머리가 어느새 절반을 넘어갑니다. ‘당신, 나이 들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첫 번째 표시가 흰머리 같습니다. 아직 마음도 팔팔하고 체력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가랑비에 옷 젖듯 흰머리가 많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생각도 넓어지고 경험도 많아지니 나이 드는 것도 괜찮네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안경을 쓴 초등학생 정우는 수학처럼 답이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풀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낍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인지 눈이 종종 피곤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는 학교생활 중입니다.

음악 시간에는 특별한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기타를 둘러멘 늑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빛에 눈이 아파 선글라스를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합창을 좋아하는 어린 늑대들의 연습은 대부분 밤에 이루어져 빛에 눈이 약한 선생님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어서 음악을 사랑하는 늑대가 되었다고 해요.

(사진=샘터 제공)
밤의 교실 본문. (사진=샘터 제공)

그래서 해가 지고 난 후 음악 수업을 하겠다는 늑대 선생님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반가운 환호를 보냅니다. 정우는 밤의 교실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감싸주는 편안함을 마음껏 즐깁니다.

그때쯤일까요. 안경이 잘 맞지 않아 간 안경원에서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렇게 들린 병원에서 아빠는 넋 나간 표정입니다. 따로 살던 엄마가 집으로 와 바쁜 일을 제쳐놓고 정우와 시간을 보냅니다. 빵을 구워주기도 하고, 바다에 가자고도 합니다. 정우는 이 모든 것이 ‘끝없는 밤이 올 수 있다’는 아빠의 설명으로 한번에 이해가 됩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끝없는 밤이란 건 대체 뭘까요.

안대를 쓰고 집안을 다니다 어둠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에 빠져 깜박 잠들었을 때 아빠도 끈으로 눈을 가린 채 앞에 누워있습니다. 아빠는 살면서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이 일어나는데 정우는 조금 더 다른 경험이랄 뿐이라며 꽉 안아줍니다.

(사진=샘터 제공)
(사진=샘터 제공)

며칠을 학교 가지 않고 복잡한 생각이 가득하던 정우는 문득 어둠을 사랑한다던 늑대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어둠을 사랑한다는 게 뭘까요.

다시 참석한 밤의 교실에서 늑대 선생님은 음악과 하나 되어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진심으로 정우와 하나 되어 정우를 걱정해 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정우는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둡니다. 그러면 어둠이 찾아와도 덜 무서울 것만 같습니다.

합주 연습 끝에 맞이한 서늘해진 가을 어느 날 밤의 교실 연주회, 벅찬 가슴으로 마친 연주회의 감동과 강인하고 따뜻한 늑대 선생님의 이야기에 정우는 강하고 용감하고 똑똑한 자신으로 잘 지내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밤이 어두운 것이 아니라 반짝이는 별로 가득 채워지는 것처럼요.

(사진=샘터 제공)
(사진=샘터 제공)

 

사실 흰머리 이외에도 나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참 많습니다. 조금 더 늦게 받아들이려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전에 비해 운동신경은 무뎌졌고, 예민함은 사라졌습니다. 까칠함은 사그라들고 너그러움이 자리 잡아 온화한 사람이 되어간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날 선 서슬이 그리울 때가 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아닌 척도 해 보고 젊은 척도 해보지만 그때뿐이니 나를 나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우처럼 좋아하는 일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답을 찾아갑니다. 별일 없이 하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음과 마음속에 반짝이는 별이 어제보다 많아졌기를 바라면서 나의 나이 듦을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오늘 밤 열리는 나의 밤의 교실에는 더 많은 감사함이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강하고 용감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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