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유전자검사 결과 달라도 내 아이로 보는 이유
[사람과 법률] 유전자검사 결과 달라도 내 아이로 보는 이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2.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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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재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배성재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2023년 2월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사연이 있었다. 사연의 주인공인 A는 자녀 3명을 둔 40대 가장이다. A의 아내는 남자 노래방 도우미와 불륜 관계를 맺은 후 가출했고 A와 이혼 소송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이혼 소송이 확정되기 전 A의 아내는 상간남의 아이를 낳은 직후 사망했다. A의 아내가 사망한 후 A의 아내가 낳은 상간남의 아이인 B를 보호하던 산부인과에서 A에게 출생신고를 요구했다.

A는 유전자검사 결과 B가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해당 산부인과는 물론 산부인과가 위치한 청주시까지 나서 A가 민법상 아버지로 추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출생신고를 요구하면서 A를 아동 유기죄로 신고했다.

왜 A와 B가 유전자 검사상 친자관계가 아님이 명백함에도 산부인과나 청주시는 A가 아버지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는 걸까?

민법에서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①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제846조(자의 친생부인) 부부의 일방은 제844조의 경우에 그 자가 친생자임을 부인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847조(친생부인의 소) ①친생부인(親生否認)의 소(訴)는 부(夫) 또는 처(妻)가 다른 일방 또는 자(子)를 상대로 하여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이를 제기하여야 한다.

②제1항의 경우에 상대방이 될 자가 모두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제865조(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 ①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와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의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민법은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아내는 자녀를 출산하므로 별도의 추정이 없어도 친생관계를 확정할 수 있지만, 남편은 그렇지 않으므로 법률상 부자(父子) 관계를 조기에 확정해 이를 둘러싼 분쟁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규정이다.

친생추정은 친생부인의 소에 의해서만 그 추정을 깨뜨릴 수 있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대법원 1997.2.25.선고 96므1663판결).

일단 친생추정이 된 후 친생관계를 부인하는 친생부인의 소와 달리 아내와 혼인 중 임신한 자녀가 남편의 친생자가 아닌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부자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판례는 친생추정은 부부가 동거하여 아내가 남편과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상태에서 임신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부부 중 일방이 장기간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 이혼으로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아내가 남편과 자녀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는 친생추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대법원 1983.7.12.선고, 82므59판결).

위 82므59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남편과 아내는 1931년 5월 30일 결혼했으나 아내가 1941년 10월경 다른 사람과 외도했다. 아내는 가출하여 상간남과 살림을 차렸고, 남편과 별거한 지 약 2년 2개월 후인 1944년 1월 15일 아이를 출산했다. 남편과 아내는 1980년 3월 11일에서야 재판을 통해 이혼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경우 남편과 아내가 사실상 이혼으로 별거하고 있으므로 동거하지 않았기에 아내가 낳은 아이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렇다면 위 사연의 A와 B 사이에도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볼 수 있을까? B가 태어날 당시 A와 아내의 이혼 소송이 확정되기 전이었으므로 A와 아내는 법적으로 혼인 관계였다. 따라서 B는 A의 자녀로 추정된다.

물론 위 대법원 82므59판결 취지에 따라 B를 A의 자녀로 추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A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A는 아내가 돌연 가출한 후 상간남과 외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아내가 가출한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아내가 A의 자녀를 임신하리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면 A를 B의 아버지로 추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A와 아내가 사실상 이혼으로 별거하고 그 기간이 상당히 경과했다고 해도, 이는 법원이 A의 친생추정에 대하여 판단할 경우에만 확인되는 사정이므로 당장 A가 자신과 B 사이의 친생추정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는 이미 민법상 B의 아버지로 추정되므로 출생신고를 하여 B가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도록 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A는 B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한 시점부터 B가 자신의 자녀가 아님을 분명히 알았다고 봐야 하므로 그로부터 2년 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소 기간의 제한이 없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빨리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상간남은 B의 생물학적 아버지임에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일까? 민법은 강제인지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생물학적 아버지가 혼인외 출생자를 자신의 자녀라고 인정하지 않은 경우 그 자녀, 직계비속, 법정대리인은 생물학적 아버지를 상대로 하여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민법 제863조). 만일 인지청구의 소를 통해 친자관계가 성립된 경우 그 효력은 출생 시로 소급한다(민법 제860조).

A의 사연을 근거할 때 상간남은 B를 자신의 자녀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B의 직계비속이나 법정대리인이 상간남을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상간남을 B의 민법상 아버지가 되도록 할 수 있다. 상간남이 인지청구의 소를 통해 B를 자신의 자녀로 인지하게 된다면 그 효력은 B가 출생하였을 때로 소급한다.

원칙적으로 부모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진다. 그러므로 인지의 소급효에 따라 B의 양육비는 B가 태어났을 때부터 상간남이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에 근거하면 ①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A의 B에 대한 친생추정의 효력이 사라지고 ②B가 상간남을 상대로 인지청구를 하여 상간남이 B의 법률상 아버지가 된다면 A는 법률상 아버지로 상간남의 아이에 대하여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했던 비용을 상간남에게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라도 A가 B에 대한 출생신고를 통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등재해야 하고, B에 대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때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와 같이 일반인의 상식과 배치되는 일이 발생하므로 조속히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에 관한 법조문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배성재 변호사 프로필>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경제학과
-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변호사
- 서울동부지방법원 실무수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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