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내 곁을 떠나 그곳에 먼저 가 있는 너에게 《강아지별》
[그림책을 보다] 내 곁을 떠나 그곳에 먼저 가 있는 너에게 《강아지별》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2.14 16: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수진 글·그림, 언제나북스 출판, 2022년 3월.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곽수진 글·그림, 언제나북스 출판, 2022년 3월.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시각장애인인 한 남자가 저승사자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던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남자는 ‘저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라고 묻습니다. 저승사자는 담담하게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저승은 유턴이거든요.’라고 대답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지팡이를 짚고 뚜벅뚜벅 걸어가 문을 엽니다.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이내 컹컹 짖는 소리가 납니다. 남자는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해피? 해피니?’하고 부릅니다.

‘먼저 간 게 마음 쓰였는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은 해피가 잘 알 겁니다.’ 저승사자의 대답을 뒤로하고 해피를 다시 만난 남자는 얼굴에 엷게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해피와 남자는 하늘로 뻗은 길고 긴 계단을 같이 올라갑니다. 주인을 만나 반가워 꼬리치는 해피의 뒷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울컥해집니다.

이는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참 좋아하는 이야기인데 무심코 드라마를 보다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저 남자가 나로, 해피는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낸 반려동물들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내 삶이 끝나고 저 순간이 오면,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었던 반려동물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 잘해준 기억보다 잘해주지 못한 기억이 더 많아 미안해집니다.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걸 그랬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 써 줬으면 좋았을 텐데, 바쁘다고 외면하지 말고 곁에 있어 줬어야 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이런 마음만 한가득 남겨집니다. 평생을 함께 살면 좋을 텐데 동물의 수명은 왜 이리도 짧을까요. 아마도 우리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려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랑을 쏟아주고 가나 봅니다.

내 곁을 떠나간 반려동물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마중 나온 작은 별을 따라 무지개다리 건너 그들만의 별에 도착합니다. 마음껏 산책도 하고 수영도 하고 진흙에서 뒹굴기도 해요. 좋아하는 고구마 양껏 먹고 낮잠도 실컷 즐깁니다. 더이상 아프지 않고 튼튼한 다리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랐는데, 드디어 내 소원이 이루어졌나 봅니다. 입가의 미소가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그런데 혼자여서일까요, 외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요, 자꾸 어딘가를 쳐다봅니다. 내가 그들을 못 잊듯이 그들도 나를 못 잊는 걸까요. 그래서 나를 기다리는 걸까요. 천국보다 더 좋은 곳인데 내가 생각날까요.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사진=언제나북스 제공)

아, 여기가 마지막 정착지가 아니네요. 내가 그곳으로 갈 때 한 번 더 만나기를 그들도 바라고 있어요. 나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한 번 다시 만난다면 예전에 그랬듯이 두 팔 벌려 힘껏 안아 줄 거예요. 아주 꼬옥.

먼저 떠나간 모든 동물들이 무지개다리 너머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란 내 소원은 정말로 이루어졌습니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이렇게 그림으로나마 안부를 전한다며 책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으니까요. 내 곁에 머물다 떠나간 이들이 그리워 눈물을 훔치며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때까지 잠시만 안녕’이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래 잠시만 헤어져 있는 거야. 우린 꼭 다시 만날 테니까. 그때까지 우리 서로 행복하게 지내다 만나자꾸나. 사랑한다. 나의 해피야.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