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사랑을 나눠요 《겨울이불》
[그림책을 보다] 사랑을 나눠요 《겨울이불》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3.01.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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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불, 안녕달 그림책, 창비 출간, 2023년 1월. (사진=창비 제공)
겨울 이불, 안녕달 그림책, 창비 출간, 2023년 1월. (사진=창비 제공)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르며 방안으로 들어섭니다. 절절 끓는 방바닥에 발이 닿기도 전에 양말부터 벗은 아이는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지고는 내복 바람으로 깔아 놓은 이불 속으로 들어갑니다.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아이가 나온 곳은 겨울 이불 찜질방입니다. 익숙한 듯 ‘왔어?’라고 말하는 흰곰 뒤로 보이는 동물 친구들은 귤을 까먹으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하하하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뜨거운 바닥을 살살 걸으며 아이가 간 곳은 한창 사우나를 즐기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곁입니다. ‘우리 강아지 왔니?’하고 반갑게 맞아주신 할머니는 찬물 한 바가지를 퍼서 옆에 놓인 달궈진 밥주발에 붓습니다. 쏴아아 소리와 함께 ‘으아, 시원하다’는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네요. 배가 고픈 아이는 찜질방에서 가장 맛있는 식혜와 달걀을 가지러 갑니다.

아이는 곰엉덩이 달걀 네 개와 얼음 할머니 식혜 한 통을 주문합니다. 곰엉덩이로 따뜻하게 쪄낸 달걀이 있는 또 다른 세상에선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네요. 요즘은 보기 드문 ‘계란이 왔어요’를 외치는 트럭도 있습니다. 썰매를 타는 아이들 옆에 보이는 얼음 할머니는 긴 국자를 드리워 식혜를 한 통 퍼서 아이에게 건넵니다.

겨울이불 본문 이미지. (사진=창비 제공)
겨울 이불 본문 이미지. (사진=창비 제공)

TV를 보며 귤과 군밤, 군고구마, 식혜, 달걀을 먹는 아이와 동물 친구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눈 내리는 밖은 몹시 춥지만 뜨끈한 찜질방은 천국입니다. 할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에 아이는 스르르 잠이 들고, 일을 마친 아빠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옵니다. 아직 저녁 전이라는 아빠의 말에 할아버지는 아랫목에서 주발을 꺼내 밥상을 차립니다.

펑펑 눈이 오고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겨울밤, 아이를 업고 집에 돌아가는 아빠가 혼잣말을 합니다. ‘애가 몸이 참 따끈하네’라고요.

마지막 장을 덮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아이가 받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이 고대로 책장에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난방도 온수도 시원치 않았던 시절엔 겨울날 동네 목욕탕이 추위를 이기는 최고의 장소였습니다. 뜨거운 탕 안에서 한두 시간 보내고 나면 뱃속까지 뜨거워지는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지요. 아이에 대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 뜨거움보다 더 뜨거운 따뜻함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 따뜻함은 아빠의 등 뒤에서 아빠에게로 전해지고요. 아빠는 그 따뜻한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말 한마디에 띄워 눈발에 실어 보냅니다.

겨울 이불 본문 이미지. (사진=창비 제공)

절절 끓는 방바닥에 제멋대로 엎어져 자고 있는 동물들은 또 어떻고요. 곰, 너구리, 거북이, 고슴도치, 오소리, 개구리, 뱀, 두더지, 다람쥐까지 전부 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입니다. 긴긴 겨울 춥지 말고 외롭지 말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불 속 찜질방으로 동물 친구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다 같이 간식을 먹고 하하하 깔깔깔 웃으니 행복이 따로 없습니다. 산골에 마땅히 나들이 갈 곳도 없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이와 동물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멋진 장소에서의 근사한 음식이 아니어도 서로가 의지하고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만들어가는 겨울밤 풍경에 자꾸만 마음이 머뭅니다. 따뜻하게 데워진 겨울 이불 같은 두툼하고 묵직한 사랑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나누어 줍니다. 따뜻한 그 마음 품에 지니고 남은 겨울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되어 참 좋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아이 손 잡고 함께 겨울 이불 속 찜질방으로 갑니다. 같이 가실래요?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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