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문제 부모가 문제 아이 만든다
[김종구칼럼] 문제 부모가 문제 아이 만든다
  • 지성용
  • 승인 2014.12.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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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

 

무려 304명의 억울한 희생자를 내고 210일만에야 ‘마지막 수습’에 들어간 세월호 사태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은 크고도 깊은 것 같다.

물론 크나큰 교훈과 함께 집단적 성찰이라는 ‘열매’도 남겼지만 기본적으로는 엄청난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의 아픔과 피해 정도는 연중 불어닥치는 태풍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크고 광범위했다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사태가 초래한 변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엄마들의 변신’이다. 특히 초중고생 자녀를 둔 젊은 세대 엄마들은 애써 키워놓은 자녀들이 한순간에 주검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이 같은 충격은 아이들의 양육이나 ‘가정교육’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쳐 자녀에 대한 종전의 ‘일방적 주입’이나 ‘스펙 강요’식 행태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근자에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일단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도하 한 유력 언론은 얼마 전부터 초중고생 등 ‘아이들의 문제’를 ‘부모의 문제’란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상당한 공감 속에 해당 기사를 빠짐없이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나는 과연 어떤 부모였을까?"

딸 아이를 이미 출가까지 시켰지만 내가 과연 ‘좋은 아버지’였을까? 그래. 가끔씩은 ‘좋은 아버지’였다손 치더라도 그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나는 어떤 아버지로 남아 있는 걸까를 곰곰 생각하게 되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다른 한편-비록 우여곡절은 있었지만-다행히도 큰 탈 없이 잘 자라준 두 아이에게 마음 속으로 ‘○○야 고맙다’고 말해보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19세 청소년 자살자 수는 353명으로 하루에 한 명 꼴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에는 사흘에 한 명 꼴로 초중고생이 자살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10대의 사망원인을 들여다보면 지난 2008년까지는 교통사고가 1위였으나 2009년부터는 자살로 인한 사망이 1위로 역전됐다. 연령구간 설정에 다소간 차이가 있겠으나, 초중고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 자살한 청소년 외에도 자살충동에 빠지거나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느 나라이든 청소년 자살이 전혀 없는 나라야 있겠는가마는 우리의 경우 (성인에 비견되는) 통상적인 자살률로 치부하기엔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이다.

대체 우리 아이들이 자살을 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조사기관과 대상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최근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이 자살충동에 빠지는 원인은 ‘부모 변수’가 단연 으뜸이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통제에 따른 스트레스, 그리고 왕따나 구타 등 이른바 ‘학교 폭력’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가정불화나 성적 비관, 이성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가정불화나 성적 비관도 따지고 보면 ‘부모로 인한’ 것일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부모의 문제’를 다시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자살 선택’의 경우에도 가정에서 부모와 제대로 소통이 이뤄졌다면 자살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젊은 시절 사회교육 분야에 종사했던 경험 탓일까? 필자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대다수 문제들이 알고 보면 근본 원인은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어디 세월호 참사뿐이겠는가? 작게는 ‘기초질서 지키기’에서부터 크게는 ‘청렴사회 만들기’까지 대저 교육과 무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키운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나쁜 버릇을 가진’ 문제아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엄마들의 경우 이른바 ‘타이거맘’이란 별칭을 즐기면서, 결과적으론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이른바 독친(毒親)이 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방임하는 이른바 ‘물친’도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모형이 아니지만, 일부 지식인들의 주장이나 경험에 따르면, ‘독친’보다는 차라리 ‘물친’이 그나마 낫다고 볼 여지는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 김종구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요 ‘국가대계’라고들 하지만 국가가, 혹은 국가를 대리하는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학교나 선생님만 믿고 자기 할 바를 다하지 않는 (가정교육에 소홀한) 부모도 문제지만 학교나 선생님을 믿지 않고 무모하고 뻔뻔한 도발(?)을 일삼는 (교권을 무시하거나 침해하는) 부모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올바른 교육은 학교와 가정, 그리고 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달성될 수 있는 ‘종합 예술’이다.

사회와 문화가 급격히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초중고 등 일선 학교들은 저마다 크고작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실직이나 조기퇴직 등으로 인한 부모의 경제력 상실, 맞벌이 부부 혹은 편부모 가정의 증가, 과거와 같은 가정교육 분위기 형성의 어려움 등 경제․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한국의 가정 또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바깥사회는 또 어떤가! 만약 우리 사회가 과거처럼 어느 정도나마 자녀교육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 왔다면 최근 발생한 학교폭력이나 병영폭력 등은 그 빈도수가 현저히 줄었을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고 한다. 사실상 부모도 없이 방치되거나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독친’들 아래서 그러잖아도 힘든 (자아정체성 혼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견디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좀더 많은 이해와 배려, 제대로 된 교육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수준을 높이고 잘못된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바꿔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오늘이다. 이를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바로 ‘부모 교육’이다. 아니 ‘교육’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깨달음’이라고 하는 게 맞는 말이다.

부모가 달라지면 아이들이 달라지고, 부모가 달라지면 사회가, 직장이 달라진다. 사회와 직장이 달라지면 마침내 나라 안팎의 모습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젊은 시절 교육언론계에서 일했던 나의 착한(?) 꿈이자 병든 한국 사회를 위한 충심 어린 소망이다.

<김종구 위원장 약력>

- 龍山고/한국외국어대학교/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 UNESCO한국위원회 간사/同 청년원 지도교수보
- 중앙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 기자/국회 정책연구위원
- 국방부 국방홍보원장(국방일보 발행인, 국군방송 대표, 국군영화 제작총지휘자)/국방대학원 초빙강사
- 경원대/한림국제대학원대 사회교육원 교수, 몽골리아 울란바타르대 교수
- 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 한국언론재단 미디어포럼 부회장, 중앙일보 연구/기획위원
- 민주평통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행정안전부 정보화분과 자문위원
-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현)
- (사)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 겸 개인정보보호범국민운동본부 운영위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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