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두려워 말고 솔직하게 《하나도 안 무서워!》
[그림책을 보다] 두려워 말고 솔직하게 《하나도 안 무서워!》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11.08 09: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김서정 옮김, 주니어RHK, 2022년 10월. (사진=주니어RHK 제공)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 김서정 옮김, 주니어RHK, 2022년 10월. (사진=주니어RHK 제공)

어제는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 그림책 수업이 있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은 무엇에 대해 배울 것이며 무엇을 만들거라고 이야기해 주니, 수업에 참석한 유일한 초등 1학년 어린이가 난 그거 뭔지 알아! 전에 만들어봤어!’라며 시작 전부터 엄청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스티커 하나도 위아래 구분 못하고 거꾸로 붙였으면서 어찌나 말이 많고 으스대던지요.

맞춤법도 다 틀리고, 만들기도 대충대충 제 마음대로 하면서 연신 선생님을 불러대며 뭐는 모르겠고, 뭐는 안된다며 형 누나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습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다 보니 우쭐하고 싶기도 했고, 실제로 해보니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잘 안되어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는 솔직한 어린이의 마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이제 겨우 여덟 살인 아이는 여러 학년이 고루 섞여 있는 수업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벌써 알았나 봅니다. 옆에 앉은 고학년 누나와 형들도 열심히 하려는 동생의 모습이 기특한지 잘 챙겨주었어요. 그런 아이의 모습이 하나도 안 무서워!’라고 말하는 그림책 속 작은 고슴도치랑 많이 닮아 보여 수업 내내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진=주니어RHK 제공)
(사진=주니어RHK 제공)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인 하나도 안 무서워!는 무서움을 마주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은 고슴도치는 무서워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두렵고, 숲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는 으스스하기만 합니다. 고슴도치를 잡아먹으려는 듯 사납게 바라보는 여우와 안개 속을 달려오는 자동차의 불빛이며 요란한 소리는 너무도 무섭습니다. 분명 무서운 상황이 맞는데 작은 고슴도치는 매번 나 하나도 안 무서워!”라고 말합니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무섭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조금은 창피하게 생각되었나 봐요.

이리저리 헤매다 길을 잃고 만난 오랜 친구 검은 고양이를 반기면서까지 무서운 게 뭐야?”, “하나도 안 피곤해!”라고 애써 외면하며 소리칩니다.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검은 고양이가 등에 태워주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나 오늘 사실은 아주 조금 무서웠어라고 솔직하게 말하고는 큰 고슴도치에게 안겨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잠들어 버립니다.

(사진=주니어RHK 제공)

작은 고슴도치가 무서운 마음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참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누구나 낯선 환경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당황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무서운 것을 무섭다고 인정하고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걸 알았으니 작은 고슴도치는 한 뼘 더 자란 용기 있는 고슴도치가 되었네요.

작은 고슴도치가 마주친 두려움은 대부분 무섭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여우나 자동차를 만났을 때는 정말 위험했어요. 이때는 두려움이라는 감정 덕분에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 큰 사고를 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려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며 안전을 지키고자 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은 고슴도치가 무섭지 않다고 외칠 때마다 큰 고슴도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어제의 저처럼 어린 초등학생을 보는 것 같았을까요. 큰 고슴도치가 옆에 있어 주고 같이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작은 고슴도치에게는 큰 힘이 되었겠지요. 큰 고슴도치와 함께 한 소풍이 작은 고슴도치에게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게 만든 의미 있는 나들이가 되었듯 우리 아이들도 작은 고슴도치처럼 많이 배우고 성장하며 자라기를 바랍니다.

큰 고슴도치처럼 그저 옆에서 말없이 미소 지으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고슴도치들이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