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인 인터뷰⑤] “기업경영은 곧 사람경영, 직원 존중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했다”
[여성기업인 인터뷰⑤] “기업경영은 곧 사람경영, 직원 존중하고 인정하며 함께 성장했다”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10.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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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현관·대문 전문기업 ㈜일진게이트·㈜일진하우징플랜 양기분 대표
국내 최고 단열 기술 보유...연 매출 60억, 몽골 등 해외 수출도

여성기업 수가 곧 3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전체 기업의 40%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상황. 앞으로 여성기업의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베이비타임즈는 여성기업 활성화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가 인구문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성공한 여성기업인이 걸어온 길은 미래의 여성기업인, 경제활동 여성에게 또 다른 길을 내줄 수 있다. <편집자 주>

단열현관대문 제작 전문업체 (주)일진게이트, (주)일진하우징플랜 양기분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진=김정아 기자)
단열현관·대문 제작 전문기업 ㈜일진게이트, ㈜일진하우징플랜의 양기분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진=김정아 기자)

대학을 졸업한 해 바로 결혼했다. 연년생 남매를 낳아 집중해 키우며 살림만 했다. 남의 돈을 벌어본 적도, 직장에 적을 둔 적도 없다. 그런데 지금은 충북여성경제계를 이끌고 있는 여성기업의 대표가 되었다. 충북중기청 우수기업, 고용노동부 중장년 일자리 우수기업 표창도 받았다.

2009년 사업에 뛰어들어 남다른 친화력과 추진력으로 연 매출 60억이라는 실적을 낸, 직원 25명과 다 같이 행복하기를 꿈꾸는 쿨한 사장님. 단열현관도어제조업체 일진게이트, 시스템창호 일진하우징플랜을 운영하는 양기분 대표 이야기다. 공장을 짓고 2019년 입주했다는 청주 오창3산업단지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기업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일진게이트는 100% 주문생산으로 단열현관문을 제작하는 전문업체다. 현장에서 30년 이상 기술을 발전시킨 장인들이 만든다. 알루미늄이 주 소재라 철재에 비해 가볍고 견고하며 녹이 슬지 않아 부식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단독주택, 빌라, 전원주택, 호텔 등의 현관문으로 이용되는데 단열과 방음이 뛰어나다. 현관문은 내부와 외부의 열전도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최고 기준이 단열이다. 우리 현관문은 전국 최초로 KS인증을 받았고 열관류율 및 기밀성 1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단열 기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단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관문을 연결하는 경첩을 특수 제작하기까지 했다. 우리 제품이 단열현관문으로는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일진하우징플랜은 완성창 전문업체다. 2011LG시스템창호 대리점을 내면서 설립한 회사인데 이곳에 두 사업을 합치면서 제품 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충주 오창3산단에 위치한 본사 전경. 단열현관문을 제작하는 공장과 시스템 완성창을 만드는 공장으로 나눠져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충주 오창3산단에 위치한 본사 전경. 단열현관문을 제작하는 공장과 시스템 완성창을 만드는 공장으로 나눠져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사업은 어떻게 하시게 되셨나?

2009년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며 서울로 올라가자 더이상 내 손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남편이 비단열현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거래하던 업체가 부도위기에 처하자 남편에게 인수제의를 했다. 남편은 자금이 부족하니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게 어떤 열정이 끓어올랐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공장부터 가봤다. 남편이 일진게이트 현관문을 취급해봤기에 제품이 뛰어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장에서 직원들을 만나고 인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공장은 자재도 없고 기계도 엉망인 심난한 상황이었지만 4~5개월 동안 월급이 밀리면서도 직원 8명이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30년 넘게 현관문 만드는 기술을 가진 장인들의 성실함과 우직함이 함께 믿고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자금을 융통해 인수하고 대표가 됐다.

전업주부에서 회사 대표로? 너무 큰 변화다.

맞다. 직장생활도 안 해보고 바로 사장이 됐으니 엄청난 승진인가? 남편이 바쁠 때 조금 도와준 게 다인데 사업체를 운영하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내가 열심히 했던 가정경영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10명이든 1000명이든 기업경영도 곧 사람경영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했다.

아이 키울 때 공부보다 자존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다른 아이와 절대 비교하지 않았다. 1등 하는 옆집 아이에 관심 두지 않고 우리 아이에 집중하니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칭찬하게 됐다. 믿음과 신뢰도 중요했다. 어떤 경우라도 아이들의 말을 믿어준다는 건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게 했으니 가정경영을 잘했다고 자부한다. (남매는 일명 SKY를 졸업해 딸은 회계사, 아들은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 감정은 중요한 부분이다. 감정이 좋아야 일도 열심히 하고 신이 나는 법이다. 인수하면서 밀린 월급을 다 지급하고 이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으로 인사했다. 그런 표현들은 그분들을, 장인의 기술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인정은 사람을 움직인다. 이후로도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도 직원들이 실수하면 질책보다 해결책을 먼저 제시한다. 그게 우선이다.

본사 2층 전시장. 국내 최고 시술의 단열 시스템을 장착한 다양한 현관문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본사 2층 전시장. 국내 최고 시술의 단열 시스템을 장착한 다양한 현관문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그래도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회사명을 바꾸지 않고 포괄인수를 하게 돼 인수 후 알게 된 체납 자재대금 등을 모두 갚아야 했다. 자재를 주기로 하고 다음 날 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어 펑펑 운 날도 있었고, 직영하던 대리점에 노사문제까지 발생해 생전 처음 노동청도 가봤다. 수업료를 참 톡톡히 냈다. 하지만 그런 걸 다 해결하고 나니 회사가 안정됐다. 인수 후 2년 동안 매일 청주에서 용인까지 출퇴근하며 노력한 끝에 회사도 흑자로 돌아섰다.

임대가 끝나 용인에서 경기도 광주로 한 번 이전하고 이후 고향인 청주에 공장을 짓고 입주하기까지 건물 한 채 정도의 미수금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너무 역지사지를 잘하는 사람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툭 털어내고 잊는다. 무언가 결정할 때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인데 결정 뒤엔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일도 사람에게도.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론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직원은 공장에서 현관문을 직접 생산하는 분들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들로 나뉜다. 늘 사무실 직원들에게 공장 분들을 잘 섬기라고 당부한다.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인데 존중받아야 한다.

처음 인수할 때 함께 일했던 일곱 분이 청주까지 내려오셔서 주말부부를 하고 계시다. 참 고맙게도 청주 공장 건립을 의논했을 때 기꺼이 함께 내려가겠다고 하셨다. 14년째 함께하고 있다. 이분들을 위해 사무실 3층에 기숙사를 11실로 만들어 드렸다.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내부를 풀옵션으로 채웠고. 그리고 만들기만 했지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우리 현관문을 하나씩 달아드렸다. 고마움의 표시다.

단열현관문을 제작하는 공장 내부. (사진=김정아 기자)
단열현관문을 제작하는 공장 내부. (사진=김정아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우리 직원 평균 연령이 55세다. 70이 넘으신 분도 계시다. 현관문 제작에 최근 젊은 직원 몇 명이 합류했다. 우리 제품을 쓰지 않는 게 안타까울 정도라 생각하는 이 좋은 기술이 다음 세대로 전수되고 이어져 사업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힘든 일이다 보니 청년들이 관심 갖는 분야는 아니다. 그런 가운데 기술을 배워보겠다고 들어온 젊은 직원을 보면 엄마 마음이 된다. 예쁘다. 기술을 배운 방법이 다르다 보니 장인 분들과 세대 차이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 엄마처럼 타이르고 다독이고 충고한다. 기술을 전수·발전시키면서 다 함께 행복해지는 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이시기도 하다.

2011년에 여경협을 알고 회원이 됐다. 어찌나 훌륭한 분들이 많은지 정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갔다. 이사가 되고 임원이 되면서 협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니 애정이 더 생기게 됐다. 올해 9대 충북지회장으로 취임했다.

113명이던 회원이 현재 148명으로 늘었고 임기가 다할 때까지 200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말에 현재 건립하고 있는 여성지원센터가 완공돼 입주하면 회원사들에게 더 나은 공간에서 여성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판로개척을 모색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말에 회원들과 몽골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제조업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수출 등 회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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