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소년범죄, 형사처분이 능사일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소년범죄, 형사처분이 능사일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10.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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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형사처벌 기준 연령 ‘만 13세 미만’ 추진
촉법소년 인식 왜곡된 부분 많아...보호 필요하다
25일 국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소년 보호 정상화가 답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황예찬 기자)
25일 국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소년 보호 정상화가 답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범죄를 저지른 아동들은 종종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주목의 대상이 되며, 이는 해당 아동들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원인이 된다. 아동들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범죄화는 종종 범죄의 원인에 대한 허위 또는 오해에 근거하며 지속적으로 더 엄격한 접근법을 요구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UN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24호에서 형사책임연령 및 인식제고와 관련해 기술한 내용 중 하나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수면으로 올랐다.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자 지난 6월부터 TF를 만들어 개정 작업에 들어간 법무부는 이달 안으로 촉법소년 기준 나이를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개정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학계와 범죄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촉법소년과 소년범죄에 대해 실제보다 더 자극적으로 집중되는 측면이 있고, 실제로 소년 강력범죄가 늘어나거나 촉법소년이 흉포화되고 있지도 않은데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25일 국회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담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소년 보호 정상화가 답이다’ 토론회가 열렸다.

◆ 소년범은 정말 흉악해지고 있는가?

이날 발제를 맡은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처벌 연령 하향은 형법의 기본적인 원칙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먼저 소년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실제 통계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1년 경찰백서 자료에 의하면 소년범 검거 인원은 2016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6만4584명으로 2019년 대비 2.5% 감소했다. 강력범과 폭력범도 각각 19.6%, 19.9%씩 감소했다.

또한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현황은 증가하고 있지만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의 비중은 높지 않고 절도나 폭력 등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 교수는 지난 2020년 촉법소년 사례 중 살인 범죄가 4건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2019년 1건이었던 것에 비해 4배가 증가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9606명 중 4명이 살인범으로 송치됐다는 점을 ‘흉포화’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촉법소년에 대한 신고 비율은 높아졌을 수 있지만 그만큼 처벌도 늘어났느냐 하면 그렇진 않다”며 “접수된 비율에 비해 처분율이 낮다는 것은, 결국 많은 사람이 촉법소년에 대해 신고하는 비율에 비해 전부 다 처벌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촉법소년의 범죄 현황을 보면 절도와 단순폭행 비율이 여전히 높다. 원 교수는 “그러나 언론에서 촉법소년 범죄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절도는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인숙 변호사 역시 촉법소년이 대책 없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경찰 단계에서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을 처리하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재범 가능성이 낮은 범죄소년은 훈방 처리하거나 즉결심판 처리하기 때문에 입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건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촉법소년은 반드시 경찰서장이 송치해야 한다고 돼 있어서 경찰에서 다르게 처분할 여지가 없다. 모든 촉법소년은 실제로 소년재판으로 보내진다”고 덧붙였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 범죄 억제, 형사처벌 연령 하향이 답 아냐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촉법소년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더 많은 소년을 형사 처분 가능성 위에 두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소년원은 전과로 남지 않아 아이들이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니 평생 낙인이 되는 형벌에 대한 두려움을 아이들에게 줘서 범죄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러한 ‘겁주기’의 범죄 예방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며 내건 목적은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13세로 낮춰서 재범이 예방됐다는 증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외국에서는 나이를 올리는 사례가 더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형사책임 연령을 12세로 상향조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호주 인권단체들은 14세까지 더 올릴 것을 촉구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 뉴욕, 코네티컷, 매릴랜드, 애리조나 주가 형사책임연령을 올렸고 버몬트, 코네티컷, 뉴저지, 캘리포니아는 형사처분 가능 연령을 올렸다.

원 교수는 소년 보호의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호처분의 종류를 조금 더 다양화하고, 보호처분 대상에게 적합한 제도를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 교수는 “범죄를 저지를 소년에게 어떤 처벌이 가해지는지에만 관심이 있지, 집행이 어떻게 되고 그 이후에 소년이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소년에게 가장 적합한 처우를 해서 재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그렇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이득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우의 개별화,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며 “이걸 하지 않고 연령 하향을 진행하는 것은 소년범죄의 책임을 오롯이 소년에게 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사후관리의 한 사례로 미국에서 시행하는 ‘문제해결법원’을 예로 들었다. 문제해결법원은 전통적인 법원과는 달리 법원 절차를 새로이 구성하고 법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기관이 협력해 각종 사회 문제 해결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법원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해결법원으로 15개 주에서 41개소의 ‘소년정신건강법원’을 운영하는 중이다.

원 교수는 “문제해결법원을 도입하기 전에 소년을 전담하는 법원 설립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년에 대해서는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이 이원화돼있고 소년전문법원이 없다. 법원이 소년만을 전담할 수 있는 소년전담법원만이라도 먼저 설립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배상균 한국형사·법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가 그동안 촉법소년의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였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많은 소년범죄가 아동학대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고, 가출한 이후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법원에서도 이들을 보호하거나 격리하기 위해 시설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지원이 많이 없어 오히려 많은 시설이 문을 닫는 게 현실”이라며 “소년에 대해 지원을 해놓지도 않고 왜 똑바로 자라지 못하냐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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