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빛, 《당신의 빛》
[그림책을 보다] 우리가 가진 아름다운 빛, 《당신의 빛》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9.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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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모든요일그림책 제공)
강경수 글·그림, 모든요일그림책, 2022년 9월 (사진=주니어RHK 제공)

삼각지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려고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좌판이라도 벌어졌나?’ 하고 갈 길을 가는데 누가 쓰러졌나 봐라는 말소리에 고개가 저절로 획 돌아갔다. 맨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이 보인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19에 신고 하는 일이니 얼른 휴대전화를 꺼낸다. 그런데 벌써 119 구급대원들이 쓰러진 사람 옆에 있는 것이 보였다.

속으로 다행이다를 외치며 그 옆을 지나가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119 대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 중 가장 고마운 사람들이라 여기는데 실제로 보니 가방 안에 든 사탕이라도 꺼내서 드리고,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119 덕분에 쓰러진 분이 건강을 되찾아 무사히 집으로 가셨기를 바라며 곧 그 일은 잊어버렸다.

당신의 빛그림책을 보자 그때 모여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모두 나처럼 환승을 위해 걷고 있던 사람들일텐데 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쓰러진 사람 옆에 모였다. 구경꾼일까? 아니다. 119 구급대원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울 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쪼그리고 앉아 팔다리를 주무르라고 하면 연일 제쳐놓고 주무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진=모든요일그림책 제공)
(사진=주니어RHK 제공)

당신의 빛에서도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속의 선생님은 중세 미술을 설명하면서 사람들 머리 위의 둥근 빛에 대해 알려주신다. 당시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종교적 내용을 그림으로 전달했는데,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인물들은 숭고한 영혼의 증표로 머리에서 빛이 나도록 표현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훌륭한 인품을 갖추거나 남을 돕고 배려하면 빛이 나며, 그런 의미에서 교실에 모인 아이들은 작은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착한 마음을 가졌으니 모두에게서 빛이 난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 말씀이 머릿속에 남아 있던 아이는 하굣길에 만난 사람들에게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것을 발견한다. 119 소방관뿐 아니라 다리를 다친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는 아이, 무거운 짐수레를 밀어주는 청년, 연탄 배달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무료 급식소를 연 아저씨, 길 잃어버린 아이를 달래주는 경찰관까지 서로 돕고 사랑하는 빛나는 존재들이 곳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살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선택이 명확할 수도, 때로는 모호할 수도 있지만, 내가 가진 밝은 빛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빛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거라는 선생님 말씀은 아이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그 빛을 볼 수 있는 세계로 이끈다.

(사진=주니어RHK 제공)
(사진=주니어RHK 제공)

삼각지역에서 만난 사람들 머리에도 빛이 있었다고 확신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약자를 위한 연대, 숭고한 희생의 선한 의지와 행동은 신이나 성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로가 아프지 않았으면, 배고프지 않았으면, 춥지 않았으면,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들이 모여 빛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면서 기꺼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손을 내밀어주는 선한 이웃들의 머리 위 빛이 더 밝게 빛나기를 바란다.

나도 이제 그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마지막 문장처럼 이 책을 보는 독자는 선에 대한 의지를 발견하고 신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리라. 늘 그 빛과 함께하고 그 빛을 향해 나아가는 더 밝은 빛이 되어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 되기를 또한 간절해 바란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향해있는 빛나는 사람들이니까.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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